조현민(35)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한항공이 매일경제 등 언론사 광고를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6일 “지금은 영업 광고하는 게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한 회사 차원의 조치”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자사에 부정적 이슈가 제기됐을 때 광고를 일시 중단하는 것처럼 이번 조치도 관행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이 기업 광고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런 관행은 비판 보도를 언론사 스스로 자제하게끔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조 전무 갑질 의혹을 처음 보도한 매일경제에 대한 대한항공 온라인 광고는 중단됐다. 매일경제 광고 쪽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대한항공은 이전에도 부정적 이슈가 터지면 광고 집행을 중지하곤 했는데 지금도 포즈(pause·중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사진=대한항공 제공
▲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사진=대한항공 제공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오후 “[단독] 한진그룹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광고대행사 팀장에 ‘물 뿌리기’ 갑질 의혹”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조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 대행을 맡고 있는 A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인 직원에게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 전무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팀장이 대한항공의 영국편 광고 캠페인과 관련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격노해 얼굴에 물을 뿌리고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조 전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매경 보도의 파장은 컸다. 조 전무 언니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인 2014년 12월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온라인 상에서 회자됐고 조 전무가 내부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음성 파일까지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실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자매 갑질을 규탄하는 글과 함께 “대한항공 국적기 박탈해주세요” “대한항공 이름 및 기업 로고 변경하게 해주세요”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매체 광고가 빠진 것이라 ‘보도 축소’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항공 광고팀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회사에 부정적인 이슈가 떠오른 상황에서 모든 매체 광고를 중단시킨 상태”라며 “부정적 언론 기사가 나오는데 그 옆에 대한항공 광고물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대다수 회사들은 (자사 관련) 부정적 이슈가 떴을 때 일반적으로 광고를 중단한다”며 “언론사들도 이에 대해 컴플레인(불평)하지 않는다. 우리가 집행하고자 하는 광고량은 보전해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압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언론사 수익을 압박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라며 “광고를 얼마나 집행한다고 언론사들이 압박을 느끼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한 조치 차원이지 언론사 압박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이 중단한 광고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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