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1:1 영수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 정치현안에 대해 8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김기식 원장 임명 철회 등을 요구했고, 회담 이후 “대통령이 김기식 원장을 집에 보낼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대표와 문 대통령의 회담은 13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50분까지 80분 동안 진행됐다. 홍 대표는 회담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12일 오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를 했다”며 “처음에는 남북문제에 한정해 회담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가 국내정치문제까지 이야기하자고 해서 포괄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45분 동안 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김기식 원장에 대한 이야기는 1분 정도만 했다고 전했다. 그 외 35분 동안에는 홍 대표의 요구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통령께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을 하셨다”며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해당하는 것은 1938년 9월의 뮌헨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회담 후에 남북문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홍 대표는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3대에 걸쳐 8번에 걸친 거짓말을 한 정권인데 이번에 9번째에는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게 너무 순진한 발상 같다”고 전했다.
김기식 원장의 임명 철회 건에 대해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요청에 대해서 즉답은 없었지만 저는 김기식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명 철회’라고 제가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임명철회는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제가 다시 ‘철회든 해임이든 둘 다 쓸 수 있다’고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생각을 하시더니 ‘임명 철회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중립을 지켜달라는 요구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대통령께 지방선거 중립요구를 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선거 중립운동을 지키지 않아서 탄핵으로 제소 된 일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또한 “대통령께서 가능한 한 지방 출장 삼가시고, 선거 다닌다고 오해 받을 짓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이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에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하셨나’라는 질문에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은) 듣기만 했다”라며 “이런 말은 대통령께서 즉답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홍 대표는 “내 요구를 하나도 안 들어줄 것 같으면 왜 불렀을까”라며 “청와대 측에서 먼저 영수회담을 하자고 불렀는데, 내 요구가 부당하지 않은 이상 안들어주려고 불렀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