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과 정치후원금 기부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12일 청와대가 관련쟁점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적법성 여부를 묻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더미래연구소’에 의원 임기 종료 직전 5000만원을 기부할 당시 선관위에 물었던 질의 내용을 공개하고, 해당 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답변이 김기식 원장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선관위가 법적판단을 내리는 기관도 아니고 어떤 답변을 내놔도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어 김 원장의 의혹과 관련한 선관위의 적법성 여부 문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1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명의로, 김기식 원장에게 제기되는 법률쟁점에 대해 선관위에 공식적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의견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이 적법한지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이 적법한지 △보좌직원 인턴과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합한지 △해외줄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를 선관위에 질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물론 공직자 자격을 따질 때 법률의 잣대로만 들이댈 수 없고 도덕적 기준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그의 해외출장 사례가 일반 의원들과 비교해 평균 이하 도덕성인지는 더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측은 19·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무작위로 16개 기관에 의한 해외 출장을 살펴본 결과,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 간 경우는 총 167차례였으며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94차례였다고 한다. 김기식 원장의 사례가 흔하고, 같은 사례의 경우 자유한국당 측이 민주당보다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기식 원장이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당시 선관위에 질의를 한 내용과 그 답변을 공개했다. 2016년 3월25일 의원신분이었던 김기식 원장은 선관위에 “‘더미래연구소’에 정치자금을 추가로 납부할 때 금액제한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같은 해 3월29일 “해당 단체나 법인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라고 답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김 원장이 의원 시절 선관위 질의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김 원장이 의원 시절 선관위 질의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기식 원장이 정치후원금에 대해 선관위에 질문을 했고,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김기식 원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의 답변은 ‘더미래연구소’의 정관이나 규약에 따라 이전 사례를 비춰보고 합법성과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불법이라는 답변은 아니다. 미디어오늘은 더미래연구소에 정치 후원금 관련 ‘종전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하기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 12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선관위의 공문 중 일부.
▲ 12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선관위의 공문 중 일부.
김기식 원장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관위가 청와대의 질의에 어떤 답변을 보내올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거취문제가 선관위의 대답에 달려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식 원장의 거취 등을) 선관위의 판단을 받아보고 생각하겠다”며 “선관위에 질의하는 것은 법적인 판단이고 그것은 판단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선적으로 선행돼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관계자는 선관위가 김기식 원장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답할시 김 원장의 거취가 해당 답변에 “절대적으로 귀속을 받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기식 원장에 대한 거취문제가 정치적 판단이 아닌 선관위의 답변에 달려있는 듯한 상황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미디어오늘에 “선관위의 답이 뭐라고 나오든지를 떠나, 선관위는 법에 대해 해석만 하는 기관이지 최종 법적 판단을 내리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실장은 “또한 도덕적인 판단은 어떤 기관에 물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이런 식의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법원이나 검찰에 가서 해결보는 일이 많은데, 이제는 여기에 선관위까지 추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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