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고 있는 일부 보수 언론들이 취재원 발언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사의 문 정부 비판 논조에 맞춰 발언 취지와 맥락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신보영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중국 측의 충격적 文정부 평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 특파원은 “지난 3월 마지막 주 중국 민·관 인사들이 대거 미국 워싱턴을 비공개 방문했다”며 “여기에는 정지용 중국 푸단대 한국·북한 연구센터 소장 등을 포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정책에 조언하는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신보영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중국 측의 충격적 文정부 평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 신보영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중국 측의 충격적 文정부 평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충격적인 것은 이 인사들이 워싱턴에서 언급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특징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너무 이상적이며, 둘째 너무 순진하며, 셋째 너무 책임자가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특파원은 “청와대 국가 안보실의 한 비서관에 대해서는 ‘오만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 등장하는 중국의 정지용(국문명 : 정계영) 푸단대학교 교수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한 뒤 “이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모든 사실을 날조하고 문화일보에 싣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정확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그랬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이 이메일로 기자에게 항의한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워싱턴에서의 일정과 일정 중에 있었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됐다 △기사에 이름을 내면서 당사자를 인터뷰하지 않고 보도한 것은 개인에 대한 부당한 모독이다 등을 주장하며 기사 삭제 및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7일) 오전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통화했는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편집 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너무 미안하고 당혹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7일 오전 해당 기사에서 정 교수 이름과 직함을 삭제했다.

조선일보 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자 1면(“‘한국 정부가 美싱크탱크 검열’…워싱턴이 발칵”)과 3면(“‘文정부의 블랙리스트’… 美싱크탱크들 한미硏 쇼크”) 기사에서 청와대를 비판했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지국장은 이 기사에서,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보수 진영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 등을 교체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충격을 받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9일 “이 기사 내용 중에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발언을 조선일보 논조에 맞춰 과장해 인용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강 지국장은 대북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가 ‘한국의 진보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 하다’라는 글에서 “KIEP(대외정책연구원)가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고발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는데, 정작 스탠턴은 트위터로 직접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 조선일보 9일자 1면.
▲ 조선일보 9일자 1면.
스탠턴은 “기사에서 잘못 인용된 다음 사항을 편집자들에게 수정해줄 것을 요청해도 되느냐”며 “1. 나는 KIEP의 고발을 요구하지 않았다. 2. 어떤 누구에게도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현재 해당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에서 “KIEP가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고발을 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대목은 삭제됐다.

조선일보가 같은 기사에서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이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는 갈루치(USKI 이사장)와 나살(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을 응원한다”고 했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겨레는 “글의 전체 맥락을 보면 오히려 논지를 거꾸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누치 소장이 같은 트위터에서 “맨스필드에서도 학문의 자유를 주장한다. 조슈아(스탠턴)가 경고음을 울리는 것을 칭찬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든 다른 누구든 나한테 학문을 할 돈을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는 ‘검열’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자누치 소장은 한국 정부를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트위터 내용은 조선일보 논조와 다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0일 통화에서 “발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논조대로 과장해서 인용하는 것이라면 이는 취재 윤리 위반”이라며 “많은 언론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취재원 멘트와 인용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분명히 밝힐 필요도 있다. 기자들이 발언 취지나 맥락을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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