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입금하는 엄청난 사고를 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이 가짜주식을 만든 게 들통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단순실수가 112조 유령 주식 사고로, 시스템 문제 있다’(조선일보 9일자 사설)처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9일 나온 금융감독원의 공식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단순 실수일까. 

자신을 한 증권사 직원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이번 사태를 두고 “입고되자마자 웬 떡이냐 하고 팔아치운다는 건 삼성증권 소속도 아니고 이후 상황에 책임질 것도 없는 아르바이트생이나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고, 또 바로 매도하는 것도 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증권의 한 직원이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1000주를 지급하는 컴퓨터 입력을 했고, 28억주가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직원 16명은 삼성증권 측이 배당 착오를 인지한지 10분도 안돼 입금된 주식 501만주를 매도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식을 매도하면 매도 대금은 영업거래일 이틀 후에 들어오는 게 상식이다. 삼성증권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돈이 자기 수중에 결코 들어오지 않을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사람들이 바보는 아닌데. 돈이 들어오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도했다는 게 뭐가 더 있긴 있다”라고 적었다. 상식적인 의심이다.

▲ 삼성증권 주가조작사건 관련 KBS보도화면 갈무리.
▲ 삼성증권 주가조작사건 관련 KBS보도화면 갈무리.
만약 증권사 직원들이 지금껏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팔아왔다면 과연 누가 공매도라 부를 수조차 없는 ‘허매도’를 눈치 챌 수 있었을까. 이런 허매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면 사안은 주식시장을 흔들 만큼 거대해진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삼성증권의 지속적인 허매도 주가조작사태가 한 직원의 ‘결단’으로 세상에 공개된 날일지도 모른다.

회계학 박사과정 중인 한 주식전문가는 이 사건을 두고 “주식의 총 발행량은 정해져 있다는 전제가 무너진 엄청난 사건”이라며 “회사차원에서 개인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도덕적 해이였는지 일상의 업무였는지 금감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건 다른 증권사 직원들 역시 이처럼 가짜주식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현재 금감원은 예탁원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인데 이러면 안 된다. 금감원은 당장 예탁원 전수조사로 허매도 의심 정황을 모두 찾아내야 한다. 언론도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던 사건 또한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삼성증권이 2015년 허매도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던 것이라면, 삼성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린 ‘반자본주의’적 집단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는 추가될 수밖에 없다.

당시 이건희 일가가 지분의 42.17%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1:0.35 비율로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따른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합병 당시인 2015년 6월 기준 자산 가치는 제일모직 4000억 원, 삼성물산 12조원 수준이었다. 자산 가치 기준대로라면 합병 비율은 1(제일모직):2.85(삼성물산)로 바뀌어야 했다. 언론이 이 사안을 결코 ‘일개 직원의 실수’로 정리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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