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나는 몰랐다” “나는 이용당했다”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 반성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 법원은 양형으로 단죄했다.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지키지않았다. 사법절차를 모두 보이콧하며 법원을 부정했다.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는데 가장 큰 잘못의 원인은 참모가 아닌 본인에게 있다. 특히 본인의 고집과 거짓말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키웠고 스스로 범죄자로 전락시켰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고집은 미래 자신을 더욱 옥죄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때로는 지도자의 고집이 필요하지만 대의명분이 없을 때는 비극이 된다. 더구나 그 고집이 거짓말과 결합되면 재앙으로 변할 확률은 높아진다. 언론의 견제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면 그가 누구든 몰락하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한번 목격했다.
권력의 힘은 거짓말을 덮는 유용한 무기였다. 다른 모든 언론사의 입을 막았고 그 후 진실은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집권 후반기로 들어가던 2016년 9월 이번에는 한겨레가 특종을 했다. ‘대기업 돈 288억 걷은 케이(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장’이라는 보도를 통해 국정농단의 중심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때도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일방적인 추측기사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장기간 풍겨나온 구린 냄새를 모두 덮을 수는 없었다. 눈치빠른 언론은 취재경쟁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국정농단’ 보도는 막을 수가 없었다. 결정적 한 방은 방송사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입수,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찔끔사과, 대리사과’ 등 진정성없는 사과로 빈축을 샀던 박전대통령은 이때만큼은 진지한 모습으로 머리숙여 사과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던 그 입에서 또 다시 거짓말을 반복했다.
JTBC 등 언론은 국정농단 보도의 실체를 파헤치며 연일 놀라운 뉴스를 충격적으로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우왕좌왕 불통의 대통령 눈치나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사이 국민적 분노는 촛불 시위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 이후 탄핵, 파면, 구속, 24년형 선고는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지도자의 어리석음과 거짓말, 고집은 불법과 죄를 잉태했고 결과는 최순실과 공범으로 전락, 죄인이 된 것이다.
한때는 ‘친박’ ‘진박’ 운운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의존하던 자유한국당마저 무성의한 세 줄짜리 짧은 코멘트로 이제 박 전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 재판부의 판결내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항소심에 가더라도 24년형에서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과 고집은 실패의 근원이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궁색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자신을 속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