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국회로 송부되자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관제개헌 저지 국민투쟁본부’를 꾸려 장외 투쟁까지 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잘못하면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김진태)거나 “국민에게 고려연방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안상수) 등의 주장까지 쏟아냈다.

이날 헌정특위 회의에선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경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의원들 간 논쟁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개헌안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민이 바라는 내용을 담고 절차적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데 알려진 대통령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렸다”며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거나 줄이지 않고 포장만 4년 연임으로 바꿨다. 만악(萬惡)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 임기만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면 정세균 국회의장 언급처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2일 정부형태·선거·사법·헌법재판제도 등과 관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3차 개헌안을 발표했다. 사진=KTV 방송 화면 갈무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2일 정부형태·선거·사법·헌법재판제도 등과 관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3차 개헌안을 발표했다. 사진=KTV 방송 화면 갈무리.
이에 헌정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위원장이 별도 기자회견으로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조건과 시간이 있었는데도 특위 전체회의 공식 석상에서 위원장과 사회자로서 권위와 존엄을 스스로 상실하는 모두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도 “정부 형태를 놓고 대통령중심제의 권력 분산에 대해 지금까지 국회에서 논의할 걸 다 무시하고 8년으로 임기만 늘린다는 위원장의 주장은 심히 유감”이라며 “국회 자문위 의견(권력 분권형 정부제)을 말하면서 국민 절대다수가 대통령중심제를 지지함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편파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20일부터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법무부 장관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일개 대통령 비서인 민정수석이 나서서 설쳐대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 비서가 보낸 개헌안을 검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은 그 자체로 원인 무효여서 하나하나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 자체가 없다”면서 “형사재판으로 따지면 증거 능력이 없는 증거이므로 들여다봐서도 안 되고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관련해 “국민에게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까지 했다. 안 의원은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해 잘못해서 헌법 조항에 넣다 보면 너무 좌파적 인식 때문에 경제 발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 노동 3권 인정 등도 과도하고 좌파의 장기 집권 포섭이자 기업 경영권의 심각한 훼손을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개헌안의 토지공개념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이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토지공개념은 1950년대부터 실시된 헌법과 법률에 광범위하게 반영됐고 1972년 유신 개헌에도 산지와 농지 등 사용 제한 내용 담았다”며 “이번 개헌이 사회주의 개헌이면 유신 개헌도 사회주의 개헌이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이어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과거(2005년) ‘성인 1인 1주택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해 지금 추진하려는 정책보다 훨씬 센 정책인데 그러면 홍 대표 법안이야말로 사회주의적 법안”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토지공개념 내용을 두고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낸 개헌안은 민주당 안과 상당 부분 유사한데 이 부분을 세세하게 보지 않고 그저 딱지 붙이는 방식으로 매도하고 색깔론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며 “국민은 이제 그런 무지막지한 색깔론에 속지 않는다. 좀 더 우리 개헌 논의가 생산적이고 합리적이게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한국당이 ‘사회주의 관제개헌 저지 국민투쟁본부’를 고민 중이라는 입장과 관련해 “그냥 고민만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 의원은 “한국당의 개헌 저지에 인내한 국민은 없고 구제 불능 국회에 대한 분노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 어깃장으로 일관하는 한국당, 개헌 성사에 무한 책임을 다해야 할 민주당 모두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타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 개헌이 좌초된다면 혹독한 역사적 비난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