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누구든 ‘미친개’로 공개적으로 욕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구나 정당한 권위와 신뢰를 존중 받아야하는 경찰을 향해 공당의 대변인과 대표가 공식적으로 시정 잡배들이나 퍼붓는 욕설이나 거친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경찰집단을 넘어 국민을 향한 ‘언어테러’에 가깝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입니다” 최근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던진 말이다.

▲ 3월22일 오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가운데)과 곽상도 6·13 정치공작 진상 조사위원장(왼쪽), 최교일 법률자문위원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및 울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울산 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3월22일 오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가운데)과 곽상도 6·13 정치공작 진상 조사위원장(왼쪽), 최교일 법률자문위원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및 울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울산 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경찰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기전에 과연 이런 식으로 공당 대변인이 감정배설을 무절제하게 쏟아도 되는지 의문이었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채질하는 막말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많은 경찰이 떼거리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 등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를 백지화하겠다”고 협박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대표가 동시에 ‘개’를 입에 달고다닌다. 그것도 ‘광견병 걸린 개’ ‘미친개’ ‘사냥개‘ 등. 상황이 이쯤되자 경찰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개‘의 상대로 ’돼지‘를 내세웠다. 경찰은 “돼지 눈에는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는 피켓 시위로 응수했다. 도대체 왜들 이렇게까지 ’개 돼지‘를 내세우는지 그 내용을 살펴봤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한국당과 경찰이 대립하고 있었다. △울산시장의 공천발표가 있던 날에 경찰이 시청을 압수수색 했다. △울산 경찰청장이 여당 유력인사를 두 차례 만났다는 것이다.

먼저 울산시장 공천발표에 맞춰 시청이 압수수색한데 대해 한국당이 분노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 울산경찰청은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을 입건하고, 지난 16일 시청 비서실과 건축 관련 부서 등 5곳을 압수 수색한 날이 공교롭게도 잔칫날인 공천발표날짜였다.

한국당은 ‘야당말살’로 규정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대해’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해당 사건은 1월 초부터 시작됐는데 수사계획 수립과 관련자·통화내역 조사 등에 두 달 정도 소요됐고, 3월 들어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경찰과 검찰, 그것을 발부하도록 한 법원 모두 사전모의를 해야 가능하다. 또한 압수수색을 신청한다고 모두 발부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날짜까지 맞출 수 있겠는가. 조금만 살펴봐도 억지주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야당말살 수사’라면 굳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공천발표 날짜에 맞출 이유가 없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겹칠 수도 늦어질 수도 있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는 비리, 부정을 만들어내는 기획수사’인지 여부다.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범죄로 전직 대통령이 감방에 가는 마당에 범죄수사를 철저히 하지않는 것은 오히려 경찰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수사결과는 아직 나오지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당의 인내와 절제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경찰청장이 여당 유력인사를 만났다는 자체만으로 공격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관할 경찰청장의 주요 업무가 지역 유력 인사나 기관장들과 만나는 것이다. 만남 자체를 문제시할 정도면 한국당은 두 명이나 감방으로 보낸 전직 불법 대통령을 배출한 책임으로 석고대죄해야 한다. 확인된 범죄에 대해 사과도 하지않으면서, 확인도 되지않은 만남 정도로 온갖 ‘개’를 동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다.

한국당이 흥분하려면 수사결과 모함으로 확인되거나 무리한 청부수사로 드러나 야당탄압이 확실할 때여야 한다. 그러나 그때도 대변인과 대표가 한 입으로 ‘미친개’ ‘미꾸라지’ 운운 하면 안된다. 듣는 국민은 괴롭고 피곤하다. 국회가 만든, 해당책임자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지않은가.

홍 대표는 이미 자당의 동료 국회의원, 중진 의원들에게도 ‘바퀴벌레’ ‘연탄까스’ 등의 언어폭력으로 반발을 불러왔고 스스로 내분을 자초하고 있지않은가. 그런 모욕과 무례한 언사가 지속되는데도 당내 통제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것은 대표의 불행을 넘어 한국당의 위기를 대변한다.

▲ 3월2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3월2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유권자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공당이 경찰의 신뢰와 권위를 부정하는 욕설을 퍼붓는 것은 바로 민심이반 정당의 수준과 품격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거다. 잘못한 게 있으면 자숙해야한다. 경찰을 미친개라고 욕한 사람이 미친 거다. 더 이상 옳지 않은 미친 사람들 뽑지 말자”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의 거친 언사. 홍 대표의 막말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질 때마다 듣는 귀를 씻어야 할 정도다. 아무리 경상도 지역은 무조건 한국당을 찍어주는 ‘짝사랑병’이 깊은 곳이라하더라도 경찰과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라. 더러운 욕설은 오만한 누군가의 입을 거치지않으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잊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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