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이 지난 3월23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구속되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자 SNS에는 ‘10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느낌’, ‘통쾌 상쾌 유쾌’, ‘희대의 범죄자 드디어 감방으로’ 등 격렬한 내용의 글들이 빗발쳤다. 그는 2013년 2월24일 청와대를 떠난 지 5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제기된 뇌물 수수, 권력 남용, 횡령, ‘사자방 비리’ 등 온갖 혐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호사를 누려왔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3평짜리 감방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량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명박을 정치적·인간적으로 파산시킨 원인에 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나는 ‘돈에 대한 편집증’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 장로를 지낸 경력이 있는 그는 성서의 가르침과는 정반대 길로 치달아왔다. 공동번역 성서 ‘마태오의 복음서’ 7장 24절에는 이런 가르침이 실려 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한 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서울시장 이명박은 대통령선거를 11개월 앞둔 2007년 1월 하순 한 기독교단체 행사에서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기독교, 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이 어우러져 사는 서울을 유독 ‘하느님’에게만 바치겠다니 여론이 그에게 뭇매를 퍼부었음은 물론이다.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검찰이 이명박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 언론에 밝힌 공소사실 20여개에는 그가 얼마나 교묘하게 실정법을 어기며 재산을 축적해왔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공직에 있던 시기에 맏형 이상은, 둘째 형 이상득(일명 ‘영통대군’)을 비롯해 아내, 맏사위 등을 ‘다리’ 삼아 뇌물을 끌어모으기에 혈안이 되었다. 그런데도 지난 3월24일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 동안이나 조사를 받을 때는 그런 혐의를 거의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자 자유이겠지만, 최측근들이 검찰에서 밝힌 혐의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에 바탕을 둔 것이라서 도저히 ‘없는 일’로 만들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명박이 사람보다 돈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은 검찰 진술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백준(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명박의 ‘40년 집사’) 등이 쓴 자수서의 내용을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몰아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가 16년 동안 ‘손발’ 노릇을 했던 김희중(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매몰차게 내친 사건은 ‘돈을 숭배하는 인물’의 전형적 성격을 보여주었다. 김희중은 청와대에 근무하던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1억8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1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라 당연히 사면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은 ‘나 몰라라’ 했고, 김희중의 아내는 남편이 만기 출소하기 한 달 전에 생활고로 목숨을 끊었다. 김희중은 이명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청와대에 근무하던 때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특활비’ 10만 달러를 건네받아 당시 대통령 부인 김윤옥을 수행하던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사실도 언론에 폭로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8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그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미디어오늘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명박은 기자인 내게 신이 주신 선물이다. (···) 이명박의 실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명박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 지금 여름마다 녹조의 계절이 오고 있다. (이명박은)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을 죽였다. 외교라인을 동원해 돈을 벌었다. 사기를 쳤다. 자원외교가 아니라 자원사기였고 4대강사업이 아니라 4대강사기였다. (이명박을) 더 늙기 전에 포토라인에 세워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 관련기사 : ‘이명박 전문기자’ 주진우의 드라마 ]

주진우는 ‘이명박’과 ‘돈’이라는 키워드만 있으면 비행기 표를 끊고 스위스,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버진아일랜드 등 세계 어느 곳이나 쫓아갔다. 주진우가 이명박의 핵심 측근에게 그의 재산이 30조원이라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가장 근사한 수치’라고 수긍했다고 한다.

▲ 2008년 2월25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2008년 2월25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명박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 반 뒤인 2009년 8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며 공익법인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이명박은 출연자일 뿐, 그 이후 재단은 이사회부터 실무진까지 그의 측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의 ‘차명재산 관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최근 구속된 사무국장 이병모가 대표적 인물이다. “MB의 구속영장에서 드러났듯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처남 명의의 다스 주식을 세금문제 없이 넘겨받고 상속하기 위해 설립한 정황도 뚜렷하다. MB시대의 ‘유산’과 다름없는 청계재단이 끝내 이 전 대통령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한국일보 3월24일자 ‘청계재단 대해부-MB의 수상한 유산, 청계재단’ 기사 일부분)

이명박의 ‘돈 사랑’은 유별났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2007년 초에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00~2002년에 국민건강보험료(당시 의료보험료)를 월 1만5000~2만3천원 만 냈다고 한다. 그렇게 돈을 끔찍하게 아껴온 그가 지금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쓸 수 있는 액수는 얼마일까? 교정본부 누리집의 ‘영치금·품 안내’ 항목을 보면 “교정시설에 보관하고 수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개인당 300만으로 하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기관 거래은행에 수용자 개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여 입금·보관하고 석방할 때 이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명박은 거액의 재산을 자의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한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온갖 법을 어겨가며 축재를 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주권자인 국민은 세금을 바치는 ‘기계’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눈에는 국민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특히 이명박은 그를 ‘주군’으로 섬기던 최측근들조차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았다. 이명박 구속을 전후로 많은 언론매체와 법률전문가들은 그의 죄질이 박근혜보다 무겁다고 평가했다. 이명박은 검찰의 공소 사실 말고도 앞으로 국정원 특활비, 다스 관련 횡령, 내곡동 자택 구입자금 출처, 사정기관 동원 불법 사찰, 차명재산 의혹, ‘사자방 비리’ 등에 관해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구형량이 박근혜가 1심에서 받은 30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돈보다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구원을 받으라’고 이명박에게 조언을 해줄 인물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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