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개헌 논의를 촉구하던 청와대가 지난 20일부터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긴 국회가 개헌을 바라는 국민 여론을 앞으로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 주목된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정부 형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연임(중임)제’를 채택하고,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남은 기간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어떻게 합의 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회에서 정당별로 구체적인 개헌안을 내놓기 전후로 개헌 내용과 시점에 대한 국민 여론 추이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언론사·여론조사 기관의 개헌안 관련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면 정부 형태는 ‘4년 연임 대통령제’가, 개헌 시점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를 원하는 국민이 많았다.

지난 1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개헌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 형태와 관련해선 4년 연임(중임) 대통령제가 가장 많은 40~50%의 지지를 얻었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조사 항목에 포함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갤럽(1월2~4일), MBC·코리아리서치(지난해 12월27~28일),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지난해 12월29~30일) 등에서 4년 중임제가 다른 정부 형태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 KSOI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 KSOI
한국갤럽 조사에선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가 46%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25%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원 내각제는 15%(모름·무응답 15%)로 조사됐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는 △대통령 4년 중임제(42.5%)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25.7%) △외교·안보는 대통령, 내각은 총리가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15.7%) △총리가 책임을 지는 의원내각제(7.7%) △모름·무응답(8.4%)으로 나왔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합하면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선호도는 68.2%에 달한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 역시 △4년 중임 대통령제(40.8%) △현행과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26.4%) △이원집정부제(12.4%)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7.4%) △모름·무응답(12.9%)로, 대통령 중심제(67.2%)를 선호하는 국민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대통령중심제보다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에 대한 국민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에 대해 “역사적으로 이원집정부제는 1980년 당시 신군부와 신현확 총리 사이에 도입 논의가 진행된 바 있어 일부 장년 세대에게는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을 수 있고, 대부분 사람에게는 생경한 용어”라며 “대부분 조사에서 의원내각제에 대한 지지는 매우 낮지만, 현행 대통령 중심제와 양자택일하도록 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국민 다수는 선호하는 권력 구조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꼽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22.2% △이원집정부제 15.2% △의원내각제 6.9%(모름·무응답(9.4%)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달 12~13일 경향신문 의뢰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4년 중임 대통령제’(47.9%)와 ‘5년 단임제’(27.6%)와 같은 대통령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이원정부제’를 바라는 응답자는 13.3%에 그쳤고, ‘의원내각제’ 선호 응답은 5.7%에 불과했다.

지난 1월2일 KBS ‘뉴스광장’ 리포트 갈무리.
지난 1월2일 KBS ‘뉴스광장’ 리포트 갈무리.
개헌 시점에 대해서는 올해 초까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도 6월 동시투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국회 논의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방선거 이후 별도 실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KSOI 여론조사에선 개헌 국민투표 실시 시기와 관련해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49.1%)이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43.4%)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나왔다.

지난달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개헌 국민투표를 ‘가급적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47%로 ‘무리해서 6월 지방선거와 함께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46.5%)과 거의 대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21~22일 국회의장실과 한국리서치 조사(지방선거 동시 찬성 85.2% vs 반대 14.3%)와 12월27~28일 KBS·한국리서치(동시 찬성 82.5% vs 반대 11.3%), 지난 1월 2~4일 한국갤럽(동시 찬성 65% vs 반대 24%) 조사 때 나온 개헌 시점에 대한 선호도와 비교해볼 때 상당 폭 달라진 양상이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개헌 투표 시점과 관련해 올해 지방선거 때 동시 실시하자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개헌 투표 시점에 대한 여러 대안들이 제시될 경우 다변화된 선호가 나타난다”며 “여러 시점을 제시할 경우 가급적 가까운 시일 안에 국민투표에 부치기를 원하는 의견이 많지만 압도적 다수라 할 수 없으며 ‘상관없음’, ‘정부 임기 내’와 같은 보기에 대해서도 30% 내외의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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