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든 실수든 오역은 오보다. 오보는 그 파급효과가 바른 정보와 동일하거나 확산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 특히 특정매체의 특정방향으로 반복되는 오보는 고의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진실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노컷뉴스는 최근 “지난 10일부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매체에서는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평가했다는 국내 보도가 앞다퉈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도 이들 신문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왜곡 인용해서 원문과 다른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재계 홀대론’ 오보를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국내 보수매체들은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서도 신뢰받는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평가했다’는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먼저 BBC 원문과 함께 진실부터 살펴본다.

“South Korean Leader Moon Jae-in is either a diplomatic genius or a communist set on destroying his country and US President Donald Trumph is either a master of brinkmanship or a pawn in a more devious game-depending on who you speak to.”

이 영문뉴스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않은 일반적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해보면 이렇게 정리된다.

“누구와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 천재라고 하거나 나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벼랑끝 전략의 달인이거나 사기성 게임의 졸개 정도로 평가된다.”

1. 보수언론의 첫 번째 오역은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와 대화하느냐 그 상대에 따라 평가가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간다는 보도를 했다. BBC는 단순한 전달자이며 평가자는 대화를 나누는 그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보도를 했다.

2. 영어 전체문장을 해석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부분 (- depending on who speak to)을 생략했다. 이는 처음부터 오역하겠다고 작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해석이다. 번역의 ABC를 지키지 않은 건 무슨 이유인가. 난해한 문장도 아니었다. 전체를 올바르게 번역했더라면 평범한 뉴스였지만 보수언론의 잔재주(?) 때문에 오보가 됐다.

Untitled-1.jpg
이 뉴스를 작성한 BBC Laura 기자가 급기야 3월18일 자신의 트위트를 통해 오역한 언론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Dear Korean press, please translate my articles fairly. My piece on the political gamble of talks with North Korea does not say President Moon is a “communist” as some have reported. It quotes a right wing historian saying that. As well as another saying he is a genius. Thanks. ( 한국 언론은 제발 내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주세요. 내가 작성한 뉴스에서 일부 한국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국의 보수 혹은 진보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것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BBC 기자가 한국의 보수 혹은 진보성향의 역사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이렇게 천양지차가 나는 내용을 보도한 것임을 직접 확인해줬다. 한국 언론의 국제적인 망신을 반복해서 보는 것은 안타깝다.

계속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 오보가 반복되고 있다. 마치 BBC나 뉴욕타임스 보도라 해도 ‘문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거나 공산주의자로 매도할 수 있다’면 왜곡이나 오역도 개의치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 같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를 인용한 조선일보, TV조선은 기업인들이 홀대받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뉴욕타임스는 재계의 돈이 정치와 함께 올림픽 정신을 타락시키고 있는 공동주범으로 비판했다. 

조선·동아일보 오역에 따른 오보는 이미 인터넷상에서 정당한 뉴스로 둔갑했고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BBC도 이제 눈치챘다’는 식으로 비약과 오보를 확산시키고 있다. 바로 이런 추종세력,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계산된 오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수 언론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BBC나 뉴욕타임스 같은 해외 언론사 보도까지 왜곡하여 오역하는 것은 언론자유와 상관없는 치졸한 반저널리즘적 행태다. 나라망신 시키는 언론의 무절제한 오역과 보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