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16일 사내 게시판에 “마음을 활짝 열고 대화를 기다리겠다”며 노조에 대화를 요구했다. YTN 이사회 직후인 지난 14일에도 최 사장은 “미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노사 대화’에서 어떤 의제라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최 사장 사퇴 없이 YTN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기준으로 파업 46일째를 맞고 있지만 양쪽의 견해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최 사장은 지난 16일 게시판에 “노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노조가 지지하는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런 꿈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노조원들이 느꼈을 실망감은 이해가 가지만 그 실망감이 저에 대한 분노로 변질돼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최 사장은 또 “왜냐면 제가 정치적 배경 등 외적 요인으로 노조가 미는 후보를 꺾고 사장으로 내정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사장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와 면접, 이사회 심사 등 객관적 절차를 거쳐 노조 지지 후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 발언은 자신과 YTN 사장 후보자로 경쟁했던 우장균 YTN 기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히나 언론노조 YTN 지부가 YTN 사장 선임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사장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은 최 사장이 내세우는 논리다. 하지만 신완선 YTN 이사는 지난달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남수 YTN 사장 과거 행적이 언론에 많이 나왔는데 YTN 사장 선임 당시 그런 것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진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테면 노조는 (1)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노사 합의 파기 (2) 최 사장의 이명박·박근혜 칭송·두둔 논란 (3) 성희롱 트위터 논란 (4) 한일 역사관 논란 등의 이유로 최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2)~(4) 등 최 사장의 자질 문제는 모두 YTN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내정 이후 불거진 것들이다.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이사회 검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 사장은 자신이 받는 비판에 대해 “실제 이상의 또는 실제와 다른 부당한 공격, 왜곡된 인식 거기에서 비롯된 오해가 적지 않았다”며 “이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작은 문제가 침소봉대됐기 때문이다. 사원 여러분 저는 괴물도 악인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사내 적폐 인사’들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저는 누구의 아바타도 아니다. 누구도 저를 조종하지 못한다”며 “현재 회사의 의사 결정은 전적으로 저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저는 적폐가 아니”라며 “저는 개혁적인 정치 지향을 평생 가져온 사람이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학생 운동을 하고 진보적 사고를 하는 네가 어쩌다 적폐로 몰렸느냐’며 웃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MB 칭송 칼럼 논란 등에 대해서도 “전 정부들의 정책에 대해 제가 쓴 수많은 비판적 기사들은 다 눈감고, 극소수 기사를 찾아내서 친정부다, 적폐다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백사장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휴지 한 조각을 발견했다고 전체가 쓰레기장이라고 부르는 ‘의도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2009년 7월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 MB의 재산 헌납 발표에 “이번 실천은 부인할 수 없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라며 “그동안 支流(지류) 형태로 이뤄져 온 ‘존경받는 부자 만들기’ 움직임을 한국 사회의 本流的(본류적) 이슈로 끌어 올리는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MB는 110억대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와 차명 재산 문제로 구속을 앞두고 있다.

최 사장은 “전(前) 정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잘못하지는 않는다”며 “민주 정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잘하지는 않는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라고 하는 것이 언론인이다. 기업에 대한 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지난달 2일 오후 최남수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오른쪽)이 경찰 출동에 대해 최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지난달 2일 오후 최남수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오른쪽)이 경찰 출동에 대해 최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해서도 “합의는 없었다”고 전제한 뒤 “합의라면 합의문에 명시되고 노조원들에게도 공개됐어야 한다. 오히려 시무식에서부터 사장 퇴진 언급과 보도국장이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해당 인사의 입장 표명이 이어지면서 합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긍정적 노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라며 사태 책임을 해직 기자 출신 노종면 YTN 기자에게 돌렸다.

최 사장은 “저를 지지하는 사원들과 저를 반대하는 사원들 모두가 YTN 구성원”이라며 “각자의 신념과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과 폭언 인격 모독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길 염원한다”며 “역량과 열정이 있는 사원들이 많은 기회를 얻고 일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겠다. 정치적 배경도 없는 저를 사장으로 추천한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판단을 믿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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