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기자협회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는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을 15일 오후 제명했다. YTN 기자협회가 류 전 실장 제명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YTN 기자협회는 이날 “협회 규약에 근거해 15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류 전 실장에 대한 ‘회원 자격 상실’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류 전 실장이 협회원들의 공정 보도와 언론 자유 수호 역할을 명시한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YTN 기자협회는 “운영위원들은 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 등을 살펴볼 때 류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을 단순히 의혹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데에 만장일치로 의견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YTN 기자협회는 “류 전 실장의 당시 직급과 직위 등을 고려할 때 류 전 실장의 행동은 공정 방송과 언론 자유 수호를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협회 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YTN 기자협회는 “류 전 실장은 3년 전 사회부장 재직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부당한 처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며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도 취재 지시를 하기는커녕 후배 기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 제보자와 삼성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심지어 제보자에게 어떻게 하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알려줬다는 의혹”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해당 사안은 최근 지상파와 주요 일간지 등 언론 매체 등을 통해 보도됐고 이는 YTN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신뢰성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 일주일 동안 류 전 실장에게 소명을 요구했지만 류 전 실장은 응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이건희 성매매 영상 제보자와 류 전 실장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2015년 당시 YTN 보도국의 한 간부(류제웅 당시 YTN 사회부장)가 일선 기자들 몰래 동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류 전 실장은 “삼성이나 제보자 그 어느 쪽에도 상호간의 연락처를 건네주지는 않았다”며 “사회부장으로서 저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했을 수는 있으나 기자로서 지켜야 할 취재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최남수 YTN 사장은 류 전 실장을 14일자로 기획조정실장에서 면직하고 YTN ‘타워사업국’으로 발령했다. 이에 ‘최남수 퇴진’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YTN지부는 “‘삼성 브로커’ 행위로 지탄받고 있는 류제웅 기조실장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잠시 타워사업국으로 피신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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