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고발 운동,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 사회를 흔들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성범죄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현상이 대표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14일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신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이례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미투와 관련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게시글과 가해자 가족의 인격을 침해하는 게시글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투 운동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경쟁 보도하는 방송에 대해서도 심의의 잣대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양성 평등을 저해하는 내용, 모방 범죄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내용, 성범죄 희화화 등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다. 미투 운동과 그 배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소재주의에 빠져 경쟁 보도의 유혹을 느끼는 언론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방송심의기획팀 정호근 팀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접수된 방송 사례는 없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2차 가해 현상이 부주의하게 방송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2차 가해는 피해자와 관련하여 신상정보 유포, 외모 비하, 모욕, 허위사실 제시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가해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의 영역에 속하며, 어렵게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를 새로운 고통에 빠뜨리게 할 뿐 아니라, 성범죄 행태를 사소한 것으로 전락시키고 또다른 고발을 봉쇄하는 역할까지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는 지난 11일 전국성폭력삼담소협의회를 통해 낸 편지에서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며 “더 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피해자에 대해서뿐 아니라 성범죄 가해자의 가족과 관련하여 신상정보를 유포하고 모욕하며 협박하는 내용도 미투에 따른 파생적인 가해에 포함된다. 고 조민기 씨의 성범죄 사건이 폭로되었을 때,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는 조씨의 딸 등 가족의 실명이 거론되며 함께 매도되는 현상이 흔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그리고 가해자 가족에 대한 파생적 가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심의 신청을 받아 문제의 정보들을 삭제할 방침이다. 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문제 콘텐츠를 좀더 적극적으로 자율규제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다만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같은 권리침해 정보는 당사자의 의사 표현이 있어야 삭제할 수 있다. 방통심의위가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심의 신청을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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