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VIP 언론사 일행 야드 방문 지원 건”

대우조선해양 홍보팀이 2012년 6월 조선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골프를 접대하기 위해 작성한 전표다. 

검찰은 ‘송희영 재판’에서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 사장(63·구속기소·재임 기간 2012년 3월~2015년 5월)이 대우조선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칼럼·사설 등이 조선일보에 게재되지 않도록 한 것에 대한 사례와 아울러 우호적 여론 형성을 해달라는 취지로 현금·상품권·골프 접대·가족 여행 등 총 5차례에 걸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4·2016년 조선일보 퇴사)에게 1728만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이러한 송 전 주필의 배임수재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이 고 전 사장으로부터 “막연한 기대 정도를 넘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 행위에 관한 묵시적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선 ‘돈은 받았지만 부정한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는 논리가 반복됐다. 법원은 배임수재죄 혐의 일부와 변호사법 위반만 인정해 송 전 주필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4150원을 선고했다.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판결문에는 대우조선이 조선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 언급된 골프 회동은 2012년 6월23일부터 24일까지 경남 거제 소재의 드비치CC에서 있었다. 

검찰은 “송희영이 대동한 2명이 포함된 골프 모임을 갖고 고재호로부터 숙박비, 골프 라운딩비 등을 제공받아 합계 208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우조선 현황 등을 설명하기 위한 대우조선의 공식적인 ‘홍보 행사’라고 규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재호가 피고인 송희영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골프 접대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대우조선의 ‘홍보 행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재호 전 사장은 2012년 3월30일 대우조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 직후 대우조선 홍보담당 임원인 이철상 전 대우조선 부사장 또는 송 전 주필의 또 다른 ‘스폰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60·구속기소)는 고 전 사장에게 “대우조선 홍보를 위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송희영과 부국장급 간부를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개최된 골프 회동에 참석한 이는 김O철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송 전 주필, 이O원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O배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 등이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다.

대우조선 홍보팀이 작성한 전표에는 “조선일보 VIP 언론사 일행 야드 방문 지원 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참석 인원들을 위한 항공비, 숙박 및 만찬 비용, 골프 비용, 관광 비용, 앨범 제작 비용 등은 모두 대우조선 자금으로 지출됐다. 실제 대우조선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앨범을 제작해 배포했다.

송 전 주필은 골프 모임에 6월23일에만 참석하고 다음 날 오전 서울로 돌아왔다. 송 전 주필의 후배 기자인 이 부국장은 골프 모임에 자신의 처와 딸까지 데리고 나왔다. 

재판부는 “골프 모임이 피고인 송희영을 접대하기 위한 자리였다면 송희영 일정을 고려해 끝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날짜 등을 조정해 준비됐을 것이고 이O원(당시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또한 가족들을 동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재호가 대우조선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수석부은행장인 김O철뿐만 아니라 대우조선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조선일보의 피고인 송희영 및 이O원, 김O배 등을 초대해 대우조선을 알리기 위해 골프 모임을 개최하는 것은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하고 달리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2014년 5월3일부터 5일까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있었던 송 전 주필 가족에 대한 고 전 사장의 300만 원 상당의 접대 제공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이 전 부사장은 고등학교 동기인 송 전 주필에게 “가족들이랑 같이 내려와라”고 요청했다. 이에 송 전 주필 가족은 이 시기 옥포조선소를 방문하고 인근 섬 등을 관광했다.

대우조선 홍보팀이 작성한 품의서에는 “제목 : 중앙언론사 VIP 야드 방문 지원, 방문 목적 : 초청 산업 시찰”이라고 기재돼 있다. 유력 언론사 주필의 가족 여행을 ‘산업 시찰’로 표기한 것이다. 항공비, 숙박비 등 송 전 주필 가족 여행 경비는 모두 대우조선에서 부담했다.

재판부는 “이철상이 고재호에게 피고인 송희영의 가족 여행에 관해 사전에 보고하거나 승인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재호는 2014년 5월4일경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해양박람회에 출장 갔었고 송희영이 가족 여행을 다녀간 후 고재호가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이철상이 고재호에게 ‘송희영이 가족과 함께 옥포조선소를 방문했었다’고 보고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송 전 주필이 2012년 9월 한 식당에서 고 전 사장으로부터 220만 원 상당의 맞춤 양복 상품권 1장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보지 않았다. 기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했으나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송희영 재판 판결문①] 송희영 재판도 인정한 ‘안종범 업무수첩’
[송희영 재판 판결문②] 조선일보 주필의 데스크는 ‘스폰서’였나
[송희영 재판 판결문③] 송희영 청탁에 조카들은 대우조선에 ‘꽂혔다’
[송희영 재판 판결문④] 송희영이 조선일보 사설에 전혀 관여 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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