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9일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영입하면서 입당식까지 치렀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앵커는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으로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전 앵커는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취임한 직후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했다. 그는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체제에서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고 그가 앵커를 맡고 있는 동안 MBC 뉴스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그에게 양치 물 쓰는 걸 지적한 기자가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배현진은 ‘단순가담자’가 아니었다

그런 배현진 전 앵커에게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의 희생양이란 딱지를 붙였고 배현진 전 앵커는 “MBC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는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4년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발언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4년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발언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배현진 전 앵커도 논란이 됐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길환영 전 KBS 사장이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KBS 정홍규 기자는 자사 홈페이지 ‘팩트체크’를 통해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왜냐면,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된 시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기 때문이다. KBS는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지난 2012년 11월 KBS 사장으로 취임해 2014년 6월까지 사장을 역임했다”며 “사장 취임부터 퇴임까지 모두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길 전 사장이 KBS 사장에서 해임된 것은 2014년 6월5일 KBS 이사회가 길 전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교통사고’ 발언 논란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 앞에서 항의집회를 했다. 하지만 KBS의 누구도 유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이에 유족들은 청와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자 KBS 앞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 앞 집회에는 부리나케 달려와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사장을 가리켜 “사사건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시곤 전 국장은 당시 JTBC 인터뷰에서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등이 파업에 나섰고 그 책임을 물어 이사회는 길환영 사장을 해임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이사회는 여당(새누리당) 추천 이사가 7명, 야당 추천 이사가 4명인 상황이었다. 즉, 길환영 사장의 해임이 잘못됐고 그 책임을 묻는다면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 그리고 그들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사회의 해임제청안이 의결되고 닷새 뒤인 2014년 6월10일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에 서명함으로써 길 전 사장은 KBS 사장에서 해임이 확정됐다”며 “이후 길 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16년 11월21일 ‘해임 처분 당시 공사(KBS)는 정상적인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원고(길 전 사장)는 사장으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런 해임사유와 함께 세월호 침몰과 구조작업에 관한 보도 문제점을 해고 사유로 삼은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길 전 사장의 해임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이 옳았다고 확정 판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따라서 길환영 전 사장이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거짓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오히려 정권에 부역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서 퇴진한 것이며, 설령 그게 잘못되었다면 그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