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주당 법정 노동 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에 발맞춰 자사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5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대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1일부터 적용 대상이 된다”며 “언론사는 특례 업종이 아니므로 본사도 5개월 뒤부터는 최장 주 52시간 노동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근로 시간 단축과 관련해 당번제 등 편집국 근무 시스템 혁신을 적극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조의 움직임은 “일상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야근을 줄이는 것”이라는 조합원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언론계는 노동 시간이 길기로 악명높다”며 “또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는 노동 강도가 세고 야근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은 너무나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가정의 화목이 깨지고 건강을 잃기도 했다”며 “우리에겐 배우자와 손잡고 산책할 시간, 아이 숙제 봐줄 시간, 연애할 시간, 친구들 만날 시간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특히 수습기자와 법조팀, 데스크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 노동의 불법성을 우려했다. 노조는 “법조팀은 아침 8시30분쯤 출근해 밤 11~12시까지 하루 14~15시간씩 일을 한다”며 “주요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영장 발부를 기다리고 있을 땐 근무가 더 연장된다. 야근과 주6일 근무가 잦은 데스크들의 근무 시스템도 자발적 책임 의식으로 포장돼 있으나 거스르기 힘든 관행이 돼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다른 파트라고 노동 시간이 그다지 짧은 것도 아니”라며 “아침 8시부터 아침 보고를 시작해서 오후 7시에 퇴근해도 11시간이다. 야근이 절반 이상이고 주6일 근무를 하면 현재 기준인 68시간도 훌쩍 넘기 일쑤”라고 밝혔다.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이들은 또 “일부가 오후에 출근한다고 해도 회사일 외에는 다른 인생이 없는 인권 침해의 상황”이라며 “취재 기자들도 퇴근한다고 한들 대기 상태로 있다가 밤에 타사 기사가 나오면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기자 정신’으로 장시간 노동을 수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기자 정신’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때 필요한 게 아니라 불의에 맞설 때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20여년 전에 비하면 기자들의 노동 시간은 대략 1.5배, 노동 강도도 1.5배는 증가했다”며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노동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로 강제하지 않으면 이윤만을 추구하는 시장은 가능할 때까지 노동 시간을 늘리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업무 수행 방법이나 시간을 노동자의 재량에 위임하는 ‘재량근로시간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기자직군이 재량근로제가 가능한 대상이므로 노동 시간을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회사가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재량근로시간제는 실제 노동 시간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고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가 서면 합의로 정한 노동 시간을 인정하는 방식”이라며 “사용자가 업무 수행 방법이나 시간 배분을 지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서면 합의에 담아야 하지만 현재 서면 합의도 없는 데다 기자들의 재량권이 별로 없는 상명하복 시스템에서 재량근로제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하물며 불합리와 비리를 고발하는 언론사가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불안한 시점에 기업주들 입장에선 노동 시간 단축이 반갑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경제는 더 이상 장시간 노동과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1월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일선 기자 관점에서 아침 회의부터 밤 판갈이까지 업무 흐름을 파악해 효율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박 국장의 발언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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