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신임 사장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을 공개 발표했다.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 5인은 6일 서울 종로 연합뉴스 사옥에서 각 15분씩 자신의 소신을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받은 질문을 토대로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사장 후보자 정책 발표에 앞서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대주주·진흥회) 이사장은 “공적인 성격을 가진 언론사 사장을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과거 연합뉴스는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잘못된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이는 밀실에서 이뤄진 사장 선임 작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장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무너진 보도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 왼쪽부터 윤동영, 정운현, 이선근, 정일용, 조성부. 사진=이치열, 김도연 기자
▲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 왼쪽부터 윤동영, 정운현, 이선근, 정일용, 조성부. 사진=이치열, 김도연 기자

윤동영 후보자는 “문화공보부에서 사장이 내려오던 연합통신 시절보다 지금 연합뉴스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며 “북한·국제·다문화·외국어 뉴스 서비스 등 공적 책무 수행 대가로 300억 원을 받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스위스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및 정부 지원금 폐지 법안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을 거론하며 “(연합뉴스 정부 구독료를) 국민투표로 내걸 수 있는 언론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AI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그는 “외신을 번역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다”며 “특파원과 국제 뉴스 내근자들은 심층 해설 기사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6개 외국어 뉴스 서비스에 러시아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덧붙였다.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연합뉴스 출신이 아닌 정운현 후보자는 ‘적폐청산을 위한 노사 공동특별위원회’를 각 부서 인사들과 노조 간부 등 10인 내외로, ‘공영성 강화 특별위원회’를 외부 인사 포함해 7인 내외로 구성해 적폐청산과 공영성 강화를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파탄 난 노사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조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최고 경영회의에 노조 대표가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연합뉴스의 보도 관점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보도를 봐도 강대국 시선이 주로 반영되고 있다”며 “우리 식의 뉴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신을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급성장하는 지역에 연합뉴스가 진출할 필요가 있다. AFP의 경우 브라질과 인도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 특파원 추가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선근 후보자는 적폐청산에 있어 온도차를 보였다. 그는 “모든 구성원의 절박성과 자발성을 연합뉴스 개혁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내부인으로서 온정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뼈를 깎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이 취임한 2015년 3월부터 연합인포맥스 대표이사로 일했다.

▲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들. 왼쪽부터 윤동영, 정일용, 이선근, 정운현, 조성부.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들. 왼쪽부터 윤동영, 정일용, 이선근, 정운현, 조성부. 사진=이치열 기자

이 후보자는 연합뉴스TV의 공영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칭 ‘공영성보장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며 “엄숙주의를 벗어던지고 간판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성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배려의 확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며 “피로감이 오기 전에 개혁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부 후보자는 연합뉴스의 국제뉴스 오보 사태와 연합뉴스 임원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 등을 언급하며 “적폐청산과 개혁만이 연합뉴스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진흥회 이사직을 중도 사퇴한 이유에 대해 “적폐 경영진에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 교체 약 4개월이 흐른 지난해 9월 진흥회 이사직을 내려놨다.

조 후보자는 보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때 연합뉴스 기자가 화장실에서 북한 여성 응원단을 찍은 사건이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런 일은 게이트키핑 기능이 마비돼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를 정상화하고 기동타격대와 같은 추적 보도팀을 만들어 사건을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뉴스·국제뉴스·지방뉴스 3대 축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정일용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광주전남 취재본부장을 맡고 있었다”며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부끄러움과 자책을 넘어 무력감의 늪에 빠진 것 같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재작년 겨울 후배들은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고 절규했다”며 “지금이 연합뉴스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통신진흥회법 제정을 추진한 입장에서 법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시민과 함께 가는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1~2년마다 출입처를 바꾸는 관행, 특파원에 임명되면 한두 달 전에 국제뉴스부에서 준비하다가 급하게 출국하는 관행 등을 개선해 기자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 기자로 활약한 그는 연합뉴스 평양지국을 설치해 남북한 대표 통신사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북한 관련 뉴스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공개설명회 직후 그 내용을 심사해 3명 이내로 후보자를 압축한 뒤 진흥회에 이들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진흥회 이사회는 오는 8일 사추위가 추천한 후보자 3인 가운데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28일 열리는 연합뉴스 주주총회에서 차기 연합뉴스 사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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