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우조선해양에 큰 힘이 되어줄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실장, 논설주간이던 송희영을 각별히 성심껏 모셨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8·구속기소·재임 기간 2006년 3월~2012년 3월)은 ‘송희영 재판’에서 이처럼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남 전 사장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4·2016년 조선일보 퇴사)의 관계를 “스폰서 형태의 유착관계”로 규정했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이 남 전 사장 연임 등에 유리하고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1등석 항공권과 숙박비를 제공받는 등 3973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챙긴 혐의(배임수재)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희영은 대우조선 대표이사 남상태로부터 2011년 9월1일부터 9월9일까지 유럽 여행 소요 비용 총 3973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인정된다”면서도 송 전 주필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기사 청탁’을 받았다고 보지 않았다. 배임수재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송 전 주필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 원)를 선고했다.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초특급 유럽 여행은 어떻게 가게 됐나

시작은 송 전 주필의 또 다른 ‘스폰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뉴스컴·60·구속기소)였다. 박 전 대표는 남 전 사장에게 송 전 주필에 대한 ‘이탈리아-그리스 여행’ 제공을 제안했다. 남 전 사장은 당시 고재호 부사장(63·구속기소)에게 “송희영을 이탈리아, 그리스로 여행을 보내줘라. 제대로 잘 모셔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고 전 부사장은 박 전 대표를 통해 송 전 주필과 유럽 여행 일정 등을 협의했다. 박 전 대표와 고 전 부사장은 송 전 주필의 유럽 여행에 동행했고 남 전 사장도 합류했다.

판결문을 보면 송 전 주필은 “유럽 여행은 대우조선 초청을 받았던 통상적인 취재 목적의 출장”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럽 여행 중 관계 기관이나 기업을 방문하는 등의 취재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송 전 주필은 조선일보에 출장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고 전 부사장도 검찰에서 “송희영과 박수환은 취재 및 업무 차 유럽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여행이었다”고 진술했다. 송 전 주필의 주장은 기각됐다.

송 전 주필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대우조선 측이 미리 마련한 호화 요트에 승선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는 전세기를 타고 이동했다. 영국 런던 소재의 ‘웬트워스’(Wentworth) 골프장에서 골프도 쳤다. 웬트워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송희영을 각별히 모신 남상태

남 전 사장은 송 전 주필에 각별했다. 송 전 주필은 2008년 4월 “대우조선의 진짜 오너가 누구인데”라는 칼럼에서 대우조선의 매각 대안으로 ‘국민주 공모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남 전 사장이 구상하고 추진하던 매각 방식과 일치했다. 감사 표시로 남 전 사장은 2008년 7~8월경 송 전 주필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했다. 남 전 사장이 송 전 주필을 각별히 모시게 된 계기였다.

이후 취업 특혜도 있었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1월경 송 전 주필의 조카 Z씨에 대한 취업 청탁을 받고 특별채용 형식으로 Z씨를 부정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남 전 사장은 2009년 8월18일부터 1박2일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개최된 선박 명명식에 송 전 주필의 아내를 대모로 추천하고 가족들을 초대했다.

송 전 주필은 2010년 10월2일자 “재벌에게 뭘 못 줘서 그토록 애가 타나”라는 칼럼을 통해 국민주 방식의 매각을 통해 대우조선을 독립 회사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전 사장 지시에 따라 대우조선 측은 2010년 10월5일 박 전 대표에게 자사 내부 자료를 제공했고 박 전 대표는 같은 날 이 자료를 송 전 주필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국민주 매각 방식을 강조한 송희영 칼럼에 대해 “송희영이 평소 가지고 있던 논조에 따라 친재벌적인 매각 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작성됐던 것”이라며 “남상태가 송희영에게 대우조선의 국민주 매각 방식을 홍보해달라고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청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사 청탁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2011년 9월 초호화 유럽 여행 중에도 있었다. 전세기로 이동하던 중 남 전 사장은 박 전 대표와 함께 송 전 주필에게 대우조선의 고졸 채용 정책 ‘중공업 사관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남 전 사장은 8월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졸 직원 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를 포함해 주요 언론사는 대우조선 채용 방식에 호의적인 보도를 했다.

재판부는 ‘전세기 이동 중 기사 청탁’ 의혹에 대해 “이미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사에서 대우조선의 중공업 사관학교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사설을 게재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송희영에 대해 특별히 홍보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역시 청탁으로 보지 않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사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송희영?

조선일보는 2011년 9월14일 “고졸 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高학생 줄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송 전 주필의 초호화 유럽 여행 직후 게재된 사설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히 고졸 채용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고졸 출신을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해 승진·전보·보직 인사 등에서 대졸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줄 계획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송희영은 서울에서 남상태 및 이철상(전 대우조선 부사장), 박수환을 함께 만나 그들로부터 고졸 채용 정책에 대해 조선일보에서 계속 홍보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재차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1년 9월10일부터 14일까지는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남상태가 유럽 여행 직후부터 해당 사설이 작성·게재되기까지 이철상, 박수환과 함께 송희영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송희영에게 대우조선의 중공업 사관학교를 홍보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밖에도 2011년 5월18일자 “재벌 ‘총수 문화’, 바꿀 건 바꿔야 한다”라는 제하의 사설에 대우조선을 호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5월16일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한 발언을 계기로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기사 청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특기할 대목이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송희영은 논설위원실 실장, 논설주간으로 재직하는 기간(2006년 12월~2013년 12월) 동안 당시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강천석과 사이에 있었던 문제로 인해 논설위원실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며 “송희영은 위 기간 동안 ‘송희영 칼럼’을 작성·게재하는 것 외에 논설위원실 실장 및 논설주간으로서 조선일보 사설의 주제, 내용, 작성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 전 주필이 논설위원실 실장과 논설주간 시절 조선일보 사설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주필이었던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내가 (송희영을) 야단쳤을 것”이라며 “주필은 원래 여러 논설위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강 고문은 “논설위원실에 들어오지 말라는 식으로 (주필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간혹 있다”며 “꼭 그 사람(송희영)에게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다른 위원들에도 그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사내 인기 투표를 하면 꼴찌가 주필”이라고 말했다. 

[송희영 재판 판결문①] 송희영 재판도 인정한 ‘안종범 업무수첩’
[송희영 재판 판결문②] 조선일보 주필의 데스크는 ‘스폰서’였나
[송희영 재판 판결문③] 송희영 청탁에 조카들은 대우조선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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