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미투(MeToo) 동참 글이 나오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고발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선 서둘러 성폭력 피해 방지와 재발 방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미투 열풍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나서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오후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me too]용기를 내보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피해자에게 3년여간 일상적으로 반복해서 성폭력을 가했다는 4급 보좌관은 면직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현재 가해자가 소속된 의원실은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나의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고민이 필요했을지 충분히 공감하고, 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피해자가 그동안 겪은 고통에 대해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19대 국회 때 다른 의원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4급 보좌관은 이 의원실에 근무하고 있지만 미투 글을 올린 피해자는 또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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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내가 국회에 있었던 기간이 아주 짧지만 국회에 존재하는 권력 관계와 폐쇄성은 잘 알고 있다”며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하였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내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논의해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미투 동참 글을 올린 A씨는 “나를 비롯한 미투 사례 대부분은 ‘권력형 성범죄’다. 자극적인 기사로만 피해 사실이 소모되는 것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 국회서도 첫 공개 미투 “기자들 자극적 묘사 말아달라”]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도 ‘미투’ 폭로가 나온 것과 관련해 “이번 성폭력도 보좌관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가해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의원님이 미투 응원할 자격이 있느냐’는 글이 속출하는 것처럼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국회부터 내부 성찰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미투에 대한 후속 조치는 단순 제명 처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국회가 가해와 방관의 입장에서 벗어나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머리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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