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가 지난달 13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4·2016년 조선일보 퇴사)에 징역형(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 원)을 선고한 까닭 가운데 하나는 ‘변호사법 위반’이다.

송 전 주필이 2015년 2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59·구속기소)을 조선일보로 불러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63·구속기소·재임 기간 2012년 3월~2015년 5월) 연임을 청탁하고 그 무렵 자신의 처조카 임아무개씨를 대우조선에 부정하게 취업시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임씨는 2015년 1월1일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판결문을 보면 송 전 주필은 2014년 9월 초순 당시 대우조선 인사지원실장이었던 이철상 전 대우조선 부사장에게 전화해 “내 처조카 임OO가 대우조선에 지원했는데 입사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이에 이 전 부사장은 “서류전형에 대해서만 도와줄 수 있고 나머지 면접은 도와주기 어렵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후 이 전 부사장은 고재호 전 사장에게 “송희영의 처조카가 대우조선에 입사 지원을 했는데 송희영이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고 내가 인사팀장 Y전무에게 잘 챙기라고 하겠다”고 보고했다. 고 전 사장도 “알았다”며 이를 승인했다.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13일 오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사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송 전 주필의 처조카 임씨는 대우조선 취업 기준에 비춰봤을 때 ‘부적격자’다. 2014년도 하반기 대우조선 대졸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지역 고려 - 서울 지역 대학 출신 중 서울 연고 여자 지원자 제외 △학교 및 전공 자격 미달자 - ‘3군 대학’의 경우 학점 3.5 이하 △우대사항 - 졸업 예정자 우선 고려 △ 지원 분야별 학군·학점 순으로 필터링(filtering) - 지원 분야별 서류 검토 비율 반영해 학점 순으로 컷오프(cut-off) 등이었다.

임씨는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이 연고지인 여성이었다. 대우조선 서류전형 기준에 의하면 “서울 지역 대학 출신 중 서울 연고 여자 지원자 제외”에 해당해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다. 

임씨는 제1지망으로 ‘경영 관리’ 부문, 제2지망으로 ‘영업’ 부문을 선택했다. 대우조선 채용 기준에 따르면 임씨는 3군 대학 출신으로 ‘경영 관리’를 지원한 지원자 99명 가운데 61등이었다.

재판부는 “서류전형 기준에 따른 서류 검토 비율 및 서류전형 합격자 배수 등을 적용하는 경우 경영 관리를 지원한 3군 대학 출신자 중 4명 정도만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바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임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대우조선 인사팀은 임씨를 서류전형에서 통과시켰는데 이는 피고인 송희영의 취업 청탁에 따른 이철상 등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우조선은 이후 임씨의 지원 분야를 ‘경영 관리’에서 ‘구매’로 전환(조달 분야로의 직무전환)하게 해 합격시켰다. 당시 구매 분야 선발 예정 인원은 17명이었는데 임씨는 16등으로 합격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2013~2014년 특채 및 공채 합격자 가운데 직무 전환자는 총 18명이었다. 임씨를 제외하면 모두 남자였다. 경남 거제시에 대우조선의 옥포조선소가 있고 대우조선이 제조·영업을 위주로 하는 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남성을 채용하려고 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감사실(감사2부)은 지난 2016년 9월 임씨 입사에 결격 사유는 없었고 채용 절차 등에 비춰 임씨가 직무전환을 거쳐 입사한 것은 적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 수석부장인 X씨는 검찰에서 “대우조선의 2014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당시 경쟁률이 200대 1을 넘었다”며 “당시 고재호의 승인을 받은 이철상이 임씨를 특별히 챙기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임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고 직무전환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지원해 합격한 대우조선의 2014년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당시 고재호 아들도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며 “고재호가 피고인 송희영과 관련해 자신의 연임에 관한 청탁 내지 알선 요청이라는 현안이 없었을 경우 자신의 아들이 불합격되는 상황에서 굳이 부당한 특혜를 베풀면서까지 임씨를 합격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은 달리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전 주필은 처조카 임씨뿐 아니라 조카 Z씨에 대해서도 2009년 1월 이 전 부사장을 통해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68·구속기소·재임 기간 2006년 3월~2012년 3월)에게 취업을 청탁했다. 

이와 관련해 송 전 주필은 “당시 대우조선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이었던 형님(송희준)이 이철상에게 부탁한 것”이라며 “나는 그후 이철상으로부터 그 진행 경과를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주필의 친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66)는 남 전 사장 연임이 결정된 직후인 2009년 3월 대우조선 사외이사가 됐다.

재판부는 “조카 Z은 2009년 2월19일 대우조선에 취업했고 특별채용 일정상 늦어도 2009년 1월 말에는 Z에 대한 취업 청탁이 있어야 했다”며 “그런데 송희준은 2009년 2월20일 대우조선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그전에는 남상태·이철상과 Z에 대한 취업 청탁을 할 만큼 친분이 깊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희준의 검찰 진술에 의하면, 이철상이 송희준과 처음 통화하면서 사외이사 내정 사실을 통보해줬고 그때 송희준이 이철상에게 Z에 대한 취업을 부탁했다는 것인데 당시 이철상은 송희준이 송희영의 형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친분 관계도 없었다. 그런 사람과 처음 통화하면서 갑자기 조카 Z의 취업을 청탁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송 전 주필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공기업 인사 업무의 공정성·청렴성 등에 대한 사회적 신뢰 또한 현저히 손상됐다”고 했다. 

[송희영 재판 판결문①] 송희영 재판도 인정한 ‘안종범 업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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