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서 양승동 후보자(현 KBS PD)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그는 10년 전 회사로부터 받은 파면 징계 통보서를 스크린에 띄우며 발표를 시작했다.

양 후보자는 “KBS가 권력에 장악당하던 과정에서 저항하다 받은 징계”라며 “사복 경찰 수백 명이 들이닥쳐 정연주 전 사장을 불법·폭압적으로 해임하던 그때, 사실 나는 그 전까지 20년차 평범한 PD였다”다고 소개했다.

2008년 8월8일은 정연주 당시 KBS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KBS 구성원들을 저지하기 위해 이사회 측이 경찰력을 투입했던 이른바 ‘8·8사태’가 벌어진 날이다. 양 후보자는 이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 공동대표로서 정 전 사장 강제 퇴출에 맞서다 파면됐고 이후 재심을 거쳐 정직 징계를 받았다.

양 후보자는 “이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이날 이후 나와 KBS 구성원들은 평범한 PD·기자일 수 없었다”며 “공영방송의 철학과 비전이 내 삶의 문제로 다가온 것도 이때부터다. KBS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행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술회했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 생중계 갈무리.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 생중계 갈무리.
양 후보자는 사장이 되면 노사 공동이 참여하는 가칭 ‘KBS 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해 과감한 적폐 청산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과거 정권에서 KBS 신뢰도 추락과 방송 공정성 위반, 제작 자율성 탄압, 인사 전횡 등을 일삼았던 적폐 인사들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자는 “내가 지난 10년간 저항하다 보니 원치 않게 투사 이미지 있어 ‘사장이 되면 보복하지 않겠나’라는 적폐 인물에 대한 보복을 우려하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엄정한 원칙과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방송에서 문제가 있던 것을 분명하고 철저히 조사해 사규와 법률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노노 간, 본사와 지역 간 세대 간 갈등이 큰 조직이 새 출발 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본 전제조건이 된다”며 “사람 문제만이 아니라 제도적 적폐도 찾아내고 사장을 포함한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KBS 홈페이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공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아울러 양 후보자는 사장이 되면 ‘KBS 독립선언’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절규했고 KBS 중계차는 ‘너희도 공범이다’고 수난을 당했다”며 “전직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감시 못 한 책임은 KBS가 가장 크다. 내가 사장이 되면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 KBS 독립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정책발표회에서 그는 KBS 정상화 방안과 미래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방안 등 다양한 계획·전략 등을 발표했다. 그는 “이런 계획들은 사장 혼자 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KBS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불의에 맞서 구성원과 함께 저항하고 싸우면서도 공영방송 KBS의 밝은 미래를 꿈꾸고 함께 공부, 토론했다”며 “내부 KBS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며 집단적 지혜를 통해 이른 시일 내 조직을 정상화하고 공영방송 KBS의 새 장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KBS 사장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출하기 위해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시민자문단이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해 내린 평가 결과는 최종면접이 열리는 오는 26일 KBS 이사회에서 개봉한다. 자문단의 평가 결과는 최종 후보자 결정에 40% 비중으로 반영되며 이사회 평가결과 60%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사장 후보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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