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9월 4기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대주주·진흥회) 이사직을 던지고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가 ‘박노황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데 이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4기 이사진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4기 진흥회는 2015년 3월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을 선출했다. 조 전 이사는 당시 여·야 ‘6대1’로 쏠린 이사회 구성에서 ‘1’이었던 소수 이사였다. 4기 진흥회 이사 가운데 조 전 이사의 동반 사퇴 요구에 응한 이는 없었다.

2014년 8월 말 연합뉴스에서 정년퇴직한 조 전 이사는 2012년과 2013년 논설위원실 주간으로 두 차례 사장 공모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대신 보수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4기 진흥회도 민주당 추천 몫으로 활동했다. 진흥회는 정부와 국회 여·야, 신문·방송협회 등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다. 

조 전 이사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을 만나 “진흥회 이사로서 박노황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원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노황 경영진 행태를 지켜보며 문제의식이 컸다”며 “촛불 정국이 시작되고 연합뉴스 후배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마음이 굳어졌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실히 준비해 차기 경영진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 인사’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신뢰도가 추락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박노황 체제에서 계속된 ‘정실 인사’였고 이를 혁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 조 전 이사는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KBS·MBC 구성원들이 말하는 ‘내부 적폐 청산’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다.

박노황 전 사장이 지난 19일 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진흥회는 22일부터 28일까지 차기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 지원서를 받고 있다.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을 만나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을 만나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연합뉴스 사장 출마 계기는?

“지난 4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박노황 경영진 행태를 지켜보며 문제의식이 컸다. 그들이 연합뉴스를 운영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서 이대로는 연합뉴스가 존속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촛불 정국이 시작되고 연합뉴스 후배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그 마음이 굳어졌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실히 준비해 차기 경영진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게 됐다. 누구보다 연합뉴스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박노황 체제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2015년 3월 박노황 경영진이 처음 들어설 때 박근혜 정부에 발맞춰 ‘애국 행보’를 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무엇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내팽개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연합뉴스 편집권을 무력화했다. 임기 내내 공정보도를 훼손시켰다. 그 결과 연합뉴스 콘텐츠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최근 워싱턴 특파원 오보, 북한 응원단 화장실 이용 사진 보도 등에서 드러나지 않나.”

- 실제 더 이상 연합뉴스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크다.

“연합뉴스는 수명을 다했다는 비판을 아프게 느껴야 한다. 구성원들도 인식하고 있겠지만 이를 절박하게 느끼는지는 의문이다. 내부부터 180도 바뀌어야 한다. 청와대에 연합뉴스 폐지 청원도 올라오지 않았나? 국민들은 연합뉴스에 혈세가 투입되는 것에 대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제대로 역할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환골탈태를 위한 몸부림이 있었는지 우리 내부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 연합뉴스 사장이 된다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사 문제다. 혁신 인사가 필요하다. 박노황 체제 인사는 ‘룰이 지켜지지 않는 인사’, ‘정실에 얽매인 인사’, ‘연고에 치우친 인사’로 요약된다. 왜곡된 인사가 지금의 조직을 만들었다. 이는 콘텐츠 부실화로 이어진다. 핵심은 혁신 인사를 통한 조직 건강성 회복이다. 사장이 된다면 임기 초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사를 할 것이다. 혁신 인사가 계속 된다면 조직이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이 잡힐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조직 통합을 지향하지만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다.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통합은 수사에 불과하다.”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을 만나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을 만나 “통합부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통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 혁신을 단행한 뒤에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노황 사장은 편집권 보장제도인 ‘편집총국장제’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집권 보장에 대한 생각은?

“편집총국장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2012년 연합뉴스 노조의 103일 파업 이후 완벽한 ‘편집권 독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괜찮은 제도로 평가받았다. 개선해야 할 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편집위원회(노사의 공정보도 논의 기구)도 박노황 체제에서 형식적 기구로 전락했다. 이 역시 활성화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뉴스를 판매하는 도매상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사들 불만도 적지 않다. 매체 환경이 다변화한 상황에서 연합뉴스 서비스를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는 뉴스 도매상으로 시작했다. 한땐 (언론사들로부터 얻는) 전재료 수입이 총 수입의 70% 이상인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 비율이 10% 수준이나 ‘전재료가 수입에 기여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관계’다. 뉴스 에이전시로서 전재료는 고객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다. ’도매상이 소매상 영역에서 고객사들 먹거리를 잠식한다’는 비판이 큰 것도 잘 안다. 현실적으로 도매상과 소매상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언론 생태계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공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포털에 언론사가 종속되는 문제에서 연합뉴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포털 문제는 연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합뉴스와 고객사 각자가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포털은 ‘언론 아닌 언론’으로서 무소불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털에 압도된 언론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극복할 것인지는 공동의 문제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이를 선도할 책임이 있다. 언론사들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연합뉴스는 기득권만 고수한다는 인상을 줬다. 우리 스스로 울타리를 쳐 놓고 외부 목소리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까닭이다. 뉴스 도매상으로서 고객들의 목소리를 생산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포털 종속이 지속되는 건 포털에도 좋지 못한 현상이다. 포털에 정정당당하게 요구하되, 왜곡된 지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민의 기대이기도 하다.”

- 연합뉴스는 정부 구독료 형태로 연 3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언론사다.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어떠해야 하나? 박노황 체제는 지나치게 친정권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노황 사장을 제외하고,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의 연합뉴스 사장들은 정치부 출신이었다. 이는 정치권과 연결되어야만 경영이 가능하다는 오판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시대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다. 기존과는 다른 ‘탈정치화’를 이뤄내는 게 공정보도를 지켜내는 데 중요하다. 다만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공적 자금을 두고 정부와 협상하는 위치에 있다. 이 과정이 보다 투명해야 한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과 성과를 (정부에) 분명히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 평가를 통해 우리 가치를 인정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가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성부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62)가 연합뉴스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이사가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330억 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지금까지는 용처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시민들이 공적 자금이 연합뉴스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사장이 된다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배분이 됐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할 생각이다. 지금도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해 문체부와 함께 만든 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부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 박노황 사장은 노조와 불화했다. 사장이 된다면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할 텐데?

“뉴스통신진흥회는 매년 연합뉴스 경영평가보고서를 낸다. 이 보고서에서 박노황 체제의 문제점으로 노사 관계를 지적했다. 노사 간 소통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권고다. 노사 관계는 한 조직의 기본 축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합뉴스에선 당연한 이야기가 실천될 수 없었다. 노조 목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에 노사 관계가 왜곡되고 연합뉴스가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사장이 된다면 노조를 대등한 협상 당사자로서 존중하고 귀를 열 것이다. 그렇지 못한 상황은 조직에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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