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MeToo’ 운동에 동참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 기자들이 직접 KBS에 있었던 사내 성폭력 문화를 고발한 것이다. KBS는 이 영상을 2편으로 나눠 14일 오후 KBS 인터넷 뉴스에 올렸다. 어떻게 보면 내부고발인데, 인터넷이라고는 하지만 KBS 플랫폼을 통해 나간 것이다.

해당 영상 제작진 중 한 명인 김시원 KBS 기자는 해당 영상이 KBS에 올라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파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특별취재팀을 몇 개를 꾸렸다”며 “그중 하나가 여성·인권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팀에서 안태근 성추행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한국판 미투’ 기획을 해보자고 준비했다”며 “의혹이 터진 이후에 우리는 우리 문제를 다뤄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상에는 박에스더, 이지윤, 신방실, 최은진, 박대기 기자가 출연했다. 이중 20년 차 박에스더 기자는 1997년 입사한 이후 “여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BS 남성 사원들이 “단란주점에 가서 도우미들을 부르고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폭로했다.

관련영상보기 : [영상]KBS_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1)박에스더·이지윤

신방실 기자는 “치마를 입고 갔을 때 (성희롱성)발언은 정말 많다”며 “뒷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따라왔다, (회사에서) 이런 얘기도 들은 적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어 “회식자리나 이런 데에서 간부나 부장 옆자리에 앉아라, 술을 따라라, 이런 식의 강요는 거의 애교”라며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 선배가 옆구리에 손을 넣어서 옆구리를 감고 만진다든지. 불시에 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크고 작게”있었다고 말했다.

김시원 기자는 섭외를 “기자들이 보는 내부 게시판에 우리의 의도를 밝히고 그런 얘기를 해달라고 글을 올렸다”며 “많은 관심을 보이기는 했는데 정작 나서기는 꺼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뒤에서 개인적으로 여쭤보기도 하고 해서, 피해에 대해 나오겠다고 한 분들이 계셨다”고 말했다.

KBS_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1)박에스더·이지윤 영상 화면 갈무리.
KBS_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1)박에스더·이지윤 영상 화면 갈무리.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박에스더 기자는 영상에서,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을 때 “‘내가 이걸 공론화를 해서 문제를 삼아야 돼’란 생각은 하지도 못 했고, 언제든지 이런 걸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 당하도록 준비해야”된다고 생각했다며 “만약 얘기를 하면 ‘쟤는 페미니즘 얘기하는 애야. 쟤는 뭐 조금만 무슨 일 일어나도 자기가 여자라서 그렇다고 얘기하는 애야’ 이런 식으로 찍히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를 얘기 할 수도 없고 그런 분위기가 될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는 “회사에서도 ‘지윤이 무섭지, 지윤이 앞에서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이런 얘기를 제가 여러 번 듣는다”며 “그래서 이거를 또 할 때도 그런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윤이가 미투 발언을 했대’ 이러면 ‘아, 역시 지윤이는 무서워. 말조심 해야지’ 그런 얘기가 분명히 나오고 저는 더 세고 더 무서운 여기자가 될 것”이라고 고민을 말했다.

내부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특히 여기자들 같은 경우 공감을 많이 한다”며 “용기를 내준 후배나 선배에게 고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 기자들도 자기를 돌아보게 됐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다만 가해자이기 때문은 아니고, 일부에서는 이것을 KBS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시다”고 전했다.

김시원 기자는 내부에서 해당 영상 3편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방송국이란 공간이 비정규직과 파견직, 연봉직 등 다양한 근로 형태가 있다”며 “그런 분들은 신원이 드러나길 원치 않기 때문에 신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명절 이후에 목소리를 담아볼까 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우리가 이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다뤄보지 못한, 분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다루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 제보를 받기 위한 것도 있지만 우선 미투 운동 동참한 분들을 홀로 두지 말자, 우리부터도 먼저 동참하자는 무브먼트(운동적인)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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