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사가 주관하는 장기자랑 행사에 참여한 일요신문 여성 기자들의 무대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서울문화사 계열사인 일요신문과 시사저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들이 서울문화사의 조직 문화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 경제지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나도 수습 때 사내 장기자랑에 나간 적 있다”며 “각 계열사별로 참석해 경쟁했고 상금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여성 기자들만 팀을 꾸려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추는 건 없었고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쿠키뉴스는 “간호사 장기자랑 비판 일요신문, 정작 기자들 춤추는 내부 행사 가져… ‘내로남불’ 빈축”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해 2월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서울미디어그룹 임직원 화합의 밤’ 행사에서 일요신문의 어린 연차 기자 4명이 춤을 춘 것을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서울미디어그룹’은 독서신문·이뉴스투데이 등을 발행하는 ㈜서울미디어그룹과는 무관한 곳이다.

이날 행사는 일요신문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도 참여해 경쟁하는 형식이었고, 상금도 있었다. 이 행사는 회사 임원들도 참석하는 연례 행사로 지난 2016년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춘 팀이 없었다.

논란이 된 2017년 2월 행사 당시 일요신문에서는 남성팀 3명이 여장을 하고 춤을 췄고, 여성팀 4명은 가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자신들이 부른 뒤 이를 배경 음악으로 춤을 췄다. 장기자랑에 참석한 여성 기자 4명은 모두 만 2년이 안 된 기자들이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는지에 대해선 참가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

장기자랑에 참여한 A기자는 “위계상 빠지겠다고 하기 어려웠고, 선곡·안무·복장 등을 선배와 상의했다”며 “근무시간 외 시간을 할애해 한 달 정도 연습했지만 수당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정적인 조명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며 “술이 제공되는 술자리였다”고도 했다. 이어 “선정적인 무대가 자발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회사에서 명확하게 지시한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회사는 이런 공연을 묵인·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B기자는 “의상·선곡 등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주도해 결정했다”며 “전근대적인 조직 문화라고 볼 수는 있지만 성희롱·성적 수치심이 들었던 행사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C기자 역시 “‘(업무 외 일이니) 짜증났다’ 이 정도였다”고 말했다.

▲ 2017년 2월 사내 행사 일요신문 장기자랑팀 총괄 역할을 맡은 D기자가 장기자랑 참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중 일부
▲ 2017년 2월 사내 행사 일요신문 장기자랑팀 총괄 역할을 맡은 D기자가 장기자랑 참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중 일부

춤을 춘 기자 4명은 선배 기자인 D기자(당시 행사 총괄 역할) 등과 함께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D기자는 장기자랑을 준비하던 지난해 1월경 ‘임원들끼리도 자존심·체면이 걸려있다’, ‘어차피 할 거 재밌게 준비해보자’ 등의 메시지로 후배 기자들을 독려했다. 또한 ‘편집국장이 춤과 노래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장님에게 보고 드렸는데 통과했다’, ‘좀 못미더워 하셔서 내가 좀 오버해서 잘 하겠다고 말했다’ 등의 메시지도 후배들에게 남겼다.

D기자에 따르면 원래 팀장급 선배들이 당시 현안인 정치 이슈를 가지고 장기자랑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재미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지난 2016년 일요신문팀이 뮤지컬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올해(2017년)도 춤과 노래로 가면 좋지 않겠냐는 게 편집국장의 의견이었다.

D기자는 “당시 ‘프로듀스 101’이 인기여서 그 프로그램 콘셉트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춤과 노래를 통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고 생존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이와 유사하게 장기자랑에 출전한 일요신문 여성·남성팀이 행사에 참석한 서울문화사 임직원 관객들에게 선택 받는 형식으로 진행했다는 게 D기자의 설명이다.

장기자랑에 참석하기로 한 후배 기자들이 논의해 옷을 구입해왔는데 짧은 치마여서 D기자는 ‘무대가 너희들 생각보단 좀 높다. 짧은 치마는 좀 그렇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D기자는 조명이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조명은 국방컨벤션 쪽에서 정했고, 우리도 공연 임박해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D기자도 5년 미만의 저연차 기자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당시 상황이 강압적이었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원양 일요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장기자랑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진행됐고 자신이 관여한 적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관련해 모회사인 서울문화사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서울문화사는 현재까지 2018년 신년 행사를 공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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