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 자행된 간첩 고문 조작사건들의 가해자를 처벌해주십시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다. 이 청원은 28일 시작된지 반나절도 안돼 12시 기준 4500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군사독재 시절이라면 이미 30년 이상 지난 일인데, 왜 이제야 이런 청원이 올라온 것일까?

지난 27일 SBS에서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박정희·전두환 시절 고문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이 방송됐다. 영화 ‘1987’의 흥행으로 1980년대 전두환 독재 시절 자행했던 국가기관의 악랄한 고문이 환기됐고,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악랄한’ 고문 가해자들이 현재에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단죄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특히 고문 사건과 연루된 전현직 정치인들의 경우 과거에 대해 반성보다 이를 부인하거나 심지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비난하는 등의 행태로 도마에 올랐다. SBS는 당시 중앙정보부, 안기부, 보안사 수사관들과 이들의 행태를 용인 및 방관한 배후들을 찾아 나섰고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임휘윤 변호사, 김헌무 변호사, 안강민 변호사, 이영범 변호사,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목했다.

1월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화면 갈무리.
1월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화면 갈무리.
이중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석달윤씨의 1심 판사였던 여상규 의원은 “재판을 한 두 번 하는 것이 아니고 매주 한 열 건 정도 하니까 1년 이상 된 것은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이 “석달윤 씨가 47일 동안 불법 구금을 당했고 고문도 당했다”고 말하자 여상규 의원은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 지금 그런 걸 물어서 뭐하냐”고 말했고 이에 제작진이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그거에 대해 책임을 못 느끼냐”고 묻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용으로 글을 시작했다. 청원자는 “군사정권은 아무런 죄도 없는 농부·어부·재일동포·학생들·선량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아 일가족을 풍비박산 냈고 자식들은 간첩의 자식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남은 생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며 “당시 이들을 억지로 간첩으로 몰아 납치·고문·폭행을 자행하게 만든 경찰들 그리고 그렇게 거짓 자백된 증거들을 토대로 이들에게 중형의 판결을 내리고 최고 사형까지 내렸던 판·검사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청원자는 이어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 무죄를 받아 명예가 회복되었지만 이미 가족들은 다 죽고 자신들은 기초수급생활자로 어렵게 살아간다”며 “당시 이들에게 피해를 주었던 고문 경찰 이근안을 비롯한 판검사들은 아직도 법조계에서 일하며 아주 보란 듯이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당시 간첩 고문 조작사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발본색원과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민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는 문재인 정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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