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대포 직사살수로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의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세의 MBC 기자는 19일 “말도 안 되는 사안으로 망신주기, 겁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는 지난해 말 김세의 MBC 기자와 보수 성향의 웹툰 작가 윤서인씨, 장기정 자유청년연합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김 기자와 윤씨에 대한 1차 공판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들의 변호인은 강용석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로) 등이다.

이들은 백씨의 둘째딸인 민주화씨가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 치료를 거부하고 휴양지로 휴가를 갔다는 취지의 글과 그림을 인터넷상에 게시해 유족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김세의 MBC 기자(왼쪽)가 지난해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친박집회 지지 발언을 한 후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등과 기념촬영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세의 MBC 기자(왼쪽)가 지난해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친박집회 지지 발언을 한 후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등과 기념촬영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기자는 지난 2016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며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기자는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 여행지인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라고 썼다.

만화가 윤서인씨는 이 같은 내용을 만화로 그려 자유경제원에 게재했다. 해당 만화에서 백민주화씨는 비키니를 입고 휴양지에서 페이스북에 ‘아버지를 살려내라…X같은 나라’라고 쓰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윤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쯤 되니 돌아가신 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썼다.

하지만 백민주화씨에게 발리는 휴양지가 아니라 시댁 형님 친정이었다. 새로 태어난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보여드리고자 발리에서 세례식을 했고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 시댁 형님 친정인 발리로 갔던 것이었다.

검찰 조사를 거부한 김 기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사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뭉개야 할 사안이다. 누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다 조사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합리적으로 죄명이 인정된 뒤에야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사안을 조사하는 것도 웃기는데 기소까지 했으니 완전히 코미디”라고 거침 없이 검찰을 비난했다.

김 기자는 “검찰 공소장을 보면 내 경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되어 있고 윤서인 작가의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검찰조차도 사실을 적시했다는 걸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김 기자 등을 고소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아람 변호사는 19일 통화에서 “저희도 검찰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김 기자를 기소한 것은 의아하다”며 “피해자를 대리한 입장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것은 전적으로 검찰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김 기자와 윤서인 작가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기자는 “검찰은 ‘일반인’인 백민주화씨의 허물을 공공에 전파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는 건데 제 글 어디에도 백씨를 특정한 사실이 없다”며 “저나 윤서인 작가나 백민주화씨를 만난 적 없지만 이분은 인터넷과 기사를 통해 워낙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유명인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백남기 유족에게 상처를 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백민주화씨라고 지칭해서 이 사람이 잘못했다고 글을 썼다면 상처를 준 것일 텐데 유명인에 대해선 누구나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판 중”이라며 “내가 머리에 뿔난 것도 아니고,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안락사’라는 표현에 대해 묻자 “어떤 사람을 비판할 권리는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고, ‘이런 표현을 비판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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