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보통 일요일마다 청와대 관저에 와 문고리 3인방과 회의를 했다. 최씨가 온다고 하면 문고리 3인방이 관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정부 하에서 3년 반 가량 근무한 전직 청와대 조리장의 증언은 사실이었다.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 동안 최씨가 수시로 관저를 방문해 박씨를 접견했고 그때마다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이 최씨를 영접한 것을 본 복수의 목격자가 존재했다.

이같은 증언은 지난 16일 오후 5시부터 비공개로 전환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국정농단 사건 109회 공판에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관저에서 근무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 A·B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관저 출입 사실을 증언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은 청와대 관저 입구를 교대로 지킨 경호관이다. 즉 근무시간 동안엔 관저에 드나드는 인사를 직접 확인한 목격자인 셈이다.

최씨와 박씨, 그리고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 간의 긴밀한 관계는 지난 2016년 12월 경 한아무개 전직 청와대 조리장의 증언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한씨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등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초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일요일마다 최씨를 픽업해서 프리패스로 들어왔다’ ‘청와대에 오면 오후 5시부터 2시간 가량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최 씨는 나를 보자 손에 든 신문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최씨를 대통령 위에 있는 사람으로 짐작했다’ 등의 증언을 내놨다.

증인으로 나온 A·B씨는 한씨의 증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용무가 있을 땐 평일에도 관저를 방문했고 경우에 따라 3인방 중 일부만 최씨를 영접할 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3인방, 민간인 최씨를 ‘상관’처럼 대우

최씨가 문고리 3인방의 ‘상관’처럼 비춰지는 정황은 이 외에도 더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최씨 자필 메모지엔 비서관 3인이 청와대 근무 기간 동안 받은 연도별 명절·휴가비가 정확하게 기재돼있었다. 자금 출처는 뇌물로 지목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최씨가 국정원 특활비 활용에도 개입한 흔적이다.

▲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 2013~2015년 동안 청와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은 명절·휴가비가 최순실씨의 자필로 적혀 있다.
▲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 2013~2015년 동안 청와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은 명절·휴가비가 최순실씨의 자필로 적혀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를 ‘선생님’이라 칭했다. 2013년 10월27일 오후 4시53분 경 정 전 비서관과 박씨의 대화 녹음 파일엔 정 전 비서관이 “그 내용을 선생님(최씨 지칭)하고 상의를 했는데요” “그런 식으로 들어가는게 적절치 않다고 해서 저희가 정리했습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담겨 있다.

‘문고리 3인방’은 묵묵부답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A·B씨에 앞서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최씨의 관저 출입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박씨의 변호인이 “최서원씨와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적 있느냐”고 묻자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한 검찰이 “최씨가 관저에 들어오면 증인이 동석한 것으로 기억 되시죠?”라고 묻자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차 증언을 거부하는 그에게 검찰이 “이게 증인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질문이 맞느냐? 답변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하자 그는 “관저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답하지 않겠다”고 함구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최씨와 휴대전화로 총 895회 통화했고 1197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루에 통화 1.3건, 문자 1.7건꼴로 연락을 한 것이다.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최씨 및 박씨 등은 서로 차명전화를 활용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A·B씨는 출석 전날까지 증언거부권 행사 의지를 재판부 등에 전달했으나 공판 당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면 증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의 증인 신문은 방청객 및 취재진이 모두 퇴정한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27일에 법정 증인으로 나온 바 있다. 당시 A씨는 법정에서 “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으로서 법정에서 증언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아직 공직에 있고 기밀누설, 직무유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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