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MBC 사장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실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기획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17일 김 전 사장을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MBC 사장 재직 시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 내용을 전달 받아 이를 그대로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블랙리스트’ 연예인 MBC 출연 배제, ‘좌파 성향’ 기자·PD 업무 배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2010년부터 2013년 MBC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를 충실히 시행했다고 보고 있다.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당시 MBC에서는 ‘PD수첩’ 등 간판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이 대거 교체됐고 일부 시사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 과정에선 해직자도 속출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MBC 직원들은 ‘신천교육대’로 불린 서울 신천역 근처 MBC 아카데미로 보내져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언론노조 MBC본부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조 운영과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규명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영방송 장악 계획은 원 전 원장이 기획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제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김 전 사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도주 염려가 적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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