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년 동안 북한에서 결핵치료사업을 해오고 있는 대북지원 민간단체 유진벨 재단(스티븐 린튼 회장)은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황해남도 다제내성결핵환자 치료확대사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유진벨재단의 설명에 따르면 다제내성결핵은 북한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문제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한국의 환자발생 인원은 연 800~900명임에 비해 북한의 신규 다제내성결핵환자는 5700여명인 것으로 WHO는 추정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 (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 TB)이란 결핵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결핵 약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에 의하여 발병한 결핵을 말한다.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되어 발병한 경우와 초기치료에 실패하여 결핵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된 경우로 나뉜다.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2차 약제는 1차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많고, 치료기간도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길어지기 때문에 치료가 무척 까다롭고 부작용과 비용도 커지며 성공률도 50~60%에 그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을 통해 치료를 하기도 한다. (출처=대한결핵협회)

▲ 17일 오전, 유진벨재단 스티븐 린튼 회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최세문 재단 자문위원(오른쪽)이 국회 정론관에서 대북인도적지원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7일 오전, 유진벨재단 스티븐 린튼 회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최세문 재단 자문위원(오른쪽)이 국회 정론관에서 대북인도적지원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016년 WHO 보고에 따르면 유진벨재단이 활동하고 있는 북한 서부지역에서는 매년 3천여 명의 신규 내성결핵 의심자가 발생(추정)되지만 현재 재단이 치료하고 있는 환자 수는 연 천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역학적 관점에서 북한 내 다제내성결핵의 확산을 저지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2017년 11월 북한 최동철 보건성 국가결핵통제계획 책임자는 유진벨재단에 치료인원을 현재의 3배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진벨재단은 황해남도 지역에 다제내성결핵 전문병원에 환자병동 확장, 결핵약과 영양식을 지원하기로 하고 문재인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의료, 선교활동을 3대째 해오고 있는 스티븐 린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제재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제재 조치에도 항상 인도주의적인 예외가 있어요. 우리가 (결핵환자 치료사업물품) 반출승인 신청을 하면 어떤 기준으로 승인이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도주의적인 예외라는 것은 한 정부가 주권을 행사하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더 이상은 인도주의적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안한다는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유진벨재단은 (미국에도 같은 재단이 있어서) 미국 정부에서 받은 면허가 있습니다. 다제내성결핵 진단 장비는 제재물품이지만 미국 정부는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절대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기 때문에 (반출승인 제한대상에서) 면제를 해줬습니다.”

스티브 린튼 회장은 전 정부에서 대북제재를 핑계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을 안타까워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적인 면제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사업가의 반출 승인만을 해줬습니다. 다제내성결핵에는 약도 필요하지만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동도 필요한데, 약만 반출승인해주고 병동자재는 아예 금지했습니다. 중국에서 보낼 수 있는 것도 역시 금지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이 사업을 확장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훨씬 더 열심이지만(지난 2년 간 보류됐던 대규모 환자병동의 대북 운송이 1월 중 출항 예정) 한 발 더 나아가 국가 주권을 발휘해서 더 많은 지원을 결정해야 합니다.”

▲ 유진벨재단 스티븐 린튼 회장이 기자들에게 북한의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대한 인도적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유진벨재단 스티븐 린튼 회장이 기자들에게 북한의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대한 인도적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유진벨 재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문재인 정부에 요청했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 공식적인 서한을 보내, 한국 시민사회기구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과 물품을 제재대상에서 제외하기를 요청하여 주십시오.

둘째, 대한민국 정부가 약 500명의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있는 황해남도에서 다제내성결핵 치료 시범사업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 주십시오.

셋째,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과의 교섭을 통해,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전용 통로를 개설하는 데 앞장서기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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