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가 각자 다른 온도 속에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구 경영진 퇴진이 이어지고 있는 MBC는 지역사 사장 공모를 시작하며 새 체제 준비에 나섰다. 고대영 사장 해임을 향한 KBS 시곗바늘은 아슬아슬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 절차는 한 차례 연기됐다. KBS 이사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해임제청에 대한 고 사장 의견을 22일까지 받기로 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제출 기한을 한 주 뒤로 미룬 것이다. 고 사장은 지난 11일 “최소 15일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의견 제출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고 사장 해임제청안은 지난 8일 여권 몫 이사 4인(권태선·김서중·장주영·전영일)에 의해 제출됐다. 고 사장 취임 이후 KBS 신뢰도·영향력 하락,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 및 수습 능력 부족,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 등 6개 해임 사유가 제시됐다. 고 사장은 10일 이를 모두 반박하며 본인이 해임될 경우 “방송독립과 언론자유를 짓밟은 폭거로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이사회는 고 사장에게 22일까지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원하는 경우 당일 이사회에 출석해 구두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통보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0일 해임제청안을 상정하며 15일까지 고 사장 의견을 받되,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 차례 기회를 더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론적으로는 22일 고 사장 소명 절차를 끝냄과 동시에 해임제청안을 의결할 수 있다. KBS 이사회는 과반수 동의로 의사를 결정한다. 이사회 구도가 여야 6대5인 만큼 해임제청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최종 결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제청을 받아들이면 고 사장 해임이 최종 확정된다.

다만 KBS 이사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온 만큼 해임제청 의결을 위한 추가 이사회가 열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권 추천 KBS 이사는 앞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주 안에는 해임제청안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136일째(17일 현재)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새노조)는 1월 넷째 주를 ‘고대영 퇴진 시한’으로 못 박은 상태다. 새노조는 고 사장 해임이 가시화된 지난달 29일 예능·드라마 PD 선복귀 결정을 알리며 “1월 넷째 주까지 고 사장이 해임되지 않는다면 더욱 강도 높게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MBC의 경우 지난 15일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해임으로 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 본사 경영진이 모두 물러나게 됐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MBC 이사 해임을 결의했다. 지난 4일 이사회 당시 해임결의 대상이었던 이사진 5명 중 4명이 사임하면서, 이날까지 유일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은 최 전 본부장에 대한 해임결의만 이뤄졌다.

최 전 본부장 해임 사유는 △비상임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관계사(지역MBC) 경영 문제 초래 △안광한·김장겸 시절 MBC 경쟁력·신뢰도 저하에 영향을 끼친 구 경영진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회사의 명예·신뢰 실추 등이다.

▲ 2014년 8월 최기화 당시 MBC 기획국장이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한 국회 세월호국조특위 현장조사를 막아서고 있다.
▲ 2014년 8월 최기화 당시 MBC 기획국장이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한 국회 세월호국조특위 현장조사를 막아서고 있다.
지역MBC 16개 지역사 중 11곳의 사장은 이달 내로 해임될 전망이다. 안광한·김장겸 사장에 의해 임명된 지역MBC 사장이 퇴진한 곳은 원주·대구·전주·대전·춘천·강원영동·울산·광주·충북 등이다. 여수MBC는 19일, 목포MBC는 31일 각각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나머지 지역사도 내달이면 사장 해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지역사 사장 선임 방안도 새롭게 마련됐다. 지역MBC 사장 공모는 자사 재직 20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 공모로 진행된다. 지역별 공모 대신 전체 공석(17일 현재 9석)에 대한 통합 공모를 시행한 뒤 6인의 노사 공동 ‘임원후보 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2배수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대 주주인 본사 사장은 이 가운데 1명을 지역사 사장에 내정하게 된다.

노사 합의를 통한 지역MBC 사장 중간평가제도 도입됐다. 취임 18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지역사 사장을 대상으로 중간평가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중간평가 결과 직원 3분의2 이상의 부정 평가가 나오면 최대 주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반영해야 한다.

선임 절차 사전 협의를 위해 방문진 이사회를 찾은 최승호 MBC 사장은 “구 경영진 산하에서 임명된 지역MBC 사장들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해 불신이 워낙 컸다”며 “적어도 계열사 구성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시작된 지역MBC 사장 공모는 오는 22일 마감된다. 24일 후보추천위 2배수 선정과 사장 내정 등을 거쳐 25일이면 해당 지역MBC에 신임 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업무추진비 유용 등으로 해임된 자유한국당 추천 강규형 전 KBS 이사가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문 대통령을 상대로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은 15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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