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논조와 달라도 생생한 기사를 들이밀어 보라”며 기자들을 자극·독려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조선노보’를 보면 박 국장은 편집국장실에서 진행된 박준동 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24시간 뉴스가 흐르고 수많은 매체가 있는 환경에서 조선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한 스토리를 갖추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기사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박 국장은 조선일보 콘텐츠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보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많은 매체 중 하나에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논조와 달라도 생생한 기사를 들이밀어 보라”며 기자들을 자극·독려했다. 사진=조선노보
▲ 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논조와 달라도 생생한 기사를 들이밀어 보라”며 기자들을 자극·독려했다. 사진=조선노보
박 국장은 신문 제작 과정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는 비효율과 관련해 “국장이나 부장의 관점이 아니라 일선 기자들 관점에서 살펴보겠다”며 “기사 작성과 취재 외에 기자의 시간을 뺏고 효율을 떨어뜨리는 걸 과감히 덜어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박 국장은 취임사를 통해 ‘소비자 중심 패러다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에 정부가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을 언론이 중간에서 전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지금 많이 줄었지만 이런 공급처 관점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어 “뉴스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가르치려 들거나, 이렇게 봐야 한다고 우리 뉴스 전달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정보 던져주고 ‘소화하세요’가 아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 소비자들의 높아진 뉴스 이해도와 미디어 수용 방식 변화 등에 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국장은 취임사에서 언급한 “밤이 활기찬 편집국” 의미에 대해 “밤에 매번 남아서 자리 지키고 있으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라면서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자들이 끊임없이 열정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야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 스스로 장기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고민해보자는 취지라는 것. 

박 국장은 “어떻게 하면 취재원이 출입처에 있는 수백명의 기자 중에서 나를 찍어서 찾아오게 만들지 열정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 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논조와 달라도 생생한 기사를 들이밀어 보라”며 기자들을 자극·독려했다. 사진=조선노보
▲ 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9일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논조와 달라도 생생한 기사를 들이밀어 보라”며 기자들을 자극·독려했다. 사진=조선노보
박 국장은 기자들의 육아휴직과 관련해 “나도 휴가를 적극적으로 가겠다”며 “남자 기자 육아 휴직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건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가정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것은 본인이 돌아와 일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좋다”고 긍정했다.

박 국장은 편집국 인사에 대해 “인사와 관련해 임기 중에 법조 인사의 선순환 구조를 꼭 만들겠다”며 “법조는 조선일보에서 가장 중요한 출입처이나 근무가 고되다, 커리어가 막막하다, 한 번 하면 영원히 법조해야 한다는 등 여러 이유에서 기피 부서가 됐다. 법조를 하고 나면 인사 측면에서도 개별 기자들이 잘 풀릴 수 있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기자들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비서에게 편집국장실 방문을 출근 전 퇴근 후 외에는 닫지 말라고 일러뒀다”며 “언제든 열려 있다. 기자들이 부장들과도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얘기했으면 좋겠다. 또 팀별로 기자들과 많이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박 국장은 “다른 관점이라도 펄펄 끓는 날 것의 기사를 데스크에게 들이밀어서 그들이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하게 만들어보라”며 “자꾸 정파와 이념을 염두에 두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부장들이 어떤 기사를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회사 방침이나 논조가 아니다. 사실이 맞느냐 맥락이 어떠냐를 고민한다. 그런 걸 놓고 평기자들이 부장과 상의를 하라”고 주문했다.

박 국장은 ‘편집국장 신임 투표제’ 등 노조가 필요성을 강조한 편집권 보장 제도에 대해 “편집국장 신임투표제나 상향평가제를 했던 회사들이 기사의 질이나 정보의 양에서 더 나아졌느냐를 봐야 한다”며 “오히려 회사 내에 파벌이 생겨 반목이 생긴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박 국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라며 “부장이 어떤 기사를 놓고 ‘이런 거 아니냐’라고 말하면 ‘이건 이래서 이렇습니다’라고 반론하는 건 기자들의 의무다. 그래야 조선일보가 올바른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박두식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 사진=조선노보
▲ 박두식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 사진=조선노보
이어 그는 ‘노조의 지면 비평’에 대해서도 “지면 배치 등 편집 내용에 대해 비평을 하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며 “위아래 의사 소통에서 노조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 노조의 문제 제기에 조선일보만큼 즉각 반응하는 회사도 드물다. 그런 게 1등 신문을 유지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28일자로 신임 편집국장에 임명된 박 국장은 198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주로 정치부와 사회부에 있었다. 박 국장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워싱턴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고 논설위원, 정치부장, 사회부장 등을 거쳐 지난 6월부터는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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