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보수언론의 ‘겁박’이 시작됐다

노동자들이 새해 첫 월급봉투를 열기 전부터 보수언론의 최저임금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동아일보는 1월2일 1면 기사 ‘최저임금과 함께 줄줄이 오르는 치킨-햄버거 값’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을 고려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는 익명의 점주와 “시급 올라도 일자리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알바생의 인터뷰를 실었다. 사설 ‘최저임금 오른 만큼 가격인상 부담 감당할 수 있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부담은 결국 국민전체가 질 수밖에 없다”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1월8일 1면 머리기사 ‘최저임금 뛰니 동네물가 뛴다’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사설 ‘연초부터 몰아치고 있는 ‘최저임금의 역설’’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자 제일 먼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영세업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동아일보와 같이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발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 비판기사들의 논조를 정리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인건비용 상승요인으로 물가인상과 고용회피로 이어지고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사용기한을 늘려야 해고가 줄어든다는 ‘100만 해고 대란설’과 같은 보수진영의 겁박 프레임은 최저임금 논쟁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사진=조선일보, 동아일보 관련 기사 일부.
▲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 비판기사들의 논조를 정리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인건비용 상승요인으로 물가인상과 고용회피로 이어지고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사용기한을 늘려야 해고가 줄어든다는 ‘100만 해고 대란설’과 같은 보수진영의 겁박 프레임은 최저임금 논쟁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사진=조선일보, 동아일보 관련 기사 일부.
이외에도 여러 보수언론들의 비판기사들의 논조를 정리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인건비용 상승요인으로 물가인상과 고용회피로 이어지고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사용기한을 늘려야 해고가 줄어든다는 ‘100만 해고 대란설’과 같은 보수진영의 겁박 프레임은 최저임금 논쟁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과연 그러한가?

‘최저임금 논쟁’, 보수언론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동일한 최저임금 논쟁이 벌어졌고(정확하게는 선진국 보수진영 논리를 한국이 반복하고 있고) 오늘날 객관적 지표로서 보수진영 가설의 허구성이 검증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2002년 최저임금지급 기준을 일급에서 시급으로 변경한 이래 최고 인상 폭을 단행해 2020년 1000엔 시대를 공언하고 있다. 아베의 ‘1억 총중류 사회’ 공약실현을 위한 핵심정책 수단은 임금인상 등 가계소득 증대이다.

2013년 독일 총선 이후 진행된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 연정협상 최대 쟁점은 시급 85유로를 전국공통으로 적용하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여부였다. 보수진영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임금구조를 왜곡하면 동독지역 등 저임금노동자들에게는 실업대란이 일어난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독일 연방통계청은 최저임금도입효과 분석보고서를 통해 임금격차 해소, 고용안정성과 신규 일자리, 생산성 증가 등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동일한 최저임금 논쟁이 벌어졌고 오늘날 객관적 지표로서 보수진영 가설의 허구성이 검증되고 있다. 독일의 보수진영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실업대란이 일어난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독일 연방통계청은 최저임금도입효과 분석보고서를 통해 임금격차 해소, 고용안정성과 신규 일자리, 생산성 증가 등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사진=‘독일 최저임금제 도입 효과’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동일한 최저임금 논쟁이 벌어졌고 오늘날 객관적 지표로서 보수진영 가설의 허구성이 검증되고 있다. 독일의 보수진영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실업대란이 일어난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독일 연방통계청은 최저임금도입효과 분석보고서를 통해 임금격차 해소, 고용안정성과 신규 일자리, 생산성 증가 등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사진=‘독일 최저임금제 도입 효과’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과 독일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선진국 보수정당은 최저임금이라는 전통적인 진보진영 의제를 수용하여 집권연장에 성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당이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되어버린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최저임금정책을 포기하고 집권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 460만 명과 영향을 받는 가족을 포함하면 1천만 명 이 상의 유권자가 인상효과를 보는데 왜 최저임금위원장은 “부담은 국민 전체가 져야”한다고 겁박하고 보수언론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확대재생산 하는가?

최저임금‘수준’ 인상에서 저임금‘구조’ 변동으로 프레임 바뀌어야

나는 이번 최저임금 논쟁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을 져야 하는 국민’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최저임금‘수준’을 높이는 투쟁에서 저임금‘구조’ 변동으로 프레임을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진국과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국사회구조의 특징은 기형적으로 비대해져 버린 자영업자 계층이다.

56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6%대로 11%대의 독일과 일본, OECD 평균인 15%보다 훨씬 높다. 소득수준도 영세하여 5명 중 4명이 5인 미만 사업장이고 4명 중 1명은 1년 단위로 폐업을 반복한다. 이들이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 국민’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나 건물주로부터 상시적으로 착취당하는 을 중의 을이고, 같은 자영업자들 간에는 출혈경쟁으로 피를 말린다.

▲ 56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6%대로 11%대의 독일과 일본, OECD 평균인 15%보다 훨씬 높다. 사진=국회예산정책처 경제통계 홈페이지 갈무리
▲ 56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6%대로 11%대의 독일과 일본, OECD 평균인 15%보다 훨씬 높다. 사진=국회예산정책처 경제통계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 중 자발적 을들은 얼마나 될까? 자영업자 대부분은 구조조정 된 이전의 임금노동자였고, 20~30대 청년들은 신규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비임금노동자들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차라리 폐업하고 알바 뛰겠다”는 자영업자 절규를 바꾸어 말하면 “조건만 좋다면 임금노동자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은 아닌가. 자영업자로 내몰린 ‘을’들이 안정된 임금노동자로 돌아가는 만큼 자영업자 비율은 선진국 수준으로 줄어들고 출혈경쟁에서 해방된 남은 자영업자 소득도 증가한다. 노동기본권 강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가 사회구성원 전 계층의 이익에 부합한다.

“시급 올라도 일자리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알바생의 불만 역시 “일을 해도 가난해지는데 일자리는 무슨 소용”이냐는 분노로 바뀌어야 한다. 보수언론이 준엄하게 꾸짖어야 하는 한국사회 가장 큰 역설은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워킹푸어의 역설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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