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전북지역 일간지 대표가 구속되면서 무분별한 홍보비 집행과 언론사 지위를 이용한 협박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지난 10일 한 금융기관과 관련된 논란을 보도하며 광고와 맞바꾼 공갈 협박 혐의 외 기관과 단체를 상대로 광고비를 협박한 혐의로 삼남일보 이아무개 대표를 구속했다. 전북민언련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언론인이 구속된 것은 전북에서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자치단체와 의회, 건설사 등을 상대로 “광고비를 주면 비판 기사를 쓰지 않겠다”며 10여 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실제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회사 운영비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광고비·지자체 보조금은 물론 최저임금 위반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북민언련은 지난 12일 “이 문제가 단순히 삼남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신문의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며 구조적인 문제로 규정했다.

이들은 “전북에는 17개의 지역 일간지가 난립하면서 언론사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사익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신문사가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역사회에 적지 않았다”며 “언론사 지위를 이용한 지대추구를 하는 사주들에 의해 오늘 일은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작가

또한 홍보 예산 집행 관행도 문제 삼았다. 전북민언련은 “원래 광고 효과를 위해서라면 기업에서 홍보 목적에 맞는 매체를 선정하고 기준에 맞춰 집행하는 게 맞지만 도내 일부 기관에서는 출입기자단이 광고 배분을 임의로 집행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출입기자단의 장벽에 막혀 광고를 배정받지 못하는 마이너 신문사들이 기관을 자극하거나 불리한 보도를 통해 홍보 부서 광고를 배정받게 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출입기자단의 이익 집단화, 사이비 언론 행위, 그리고 돈으로 언론사를 관리하려는 일부 기업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문제가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전북민언련은 지역 언론이 변하기 위해 내외부의 압력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이비 언론 행위로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는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며 “무분별한 홍보비에 집행 기준을 정비해 원칙을 세우고 언론사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협박과 요구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발행인이나 편집인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 정기간행물등의 발행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전북민언련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보복성 기사와 광고비 협박, 보조금 횡령 등은 같은 일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학습효과’가 계속되는 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이비 언론 행위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지역 신문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 독자들에 대한 신뢰성마저 각종 비위 문제로 훼손 받게 된다면 지역 신문의 존립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라며 “일부 언론사의 행위라 치부하지 말고 지역 언론사 종사자들과 기자협회 차원에서 스스로 퇴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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