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이어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 속에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활약이 녹아있다.

서울대학생 박종철의 죽음이 경찰 물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 고(故) 윤상삼 기자(이희준 분) 등 동아일보 기자들이 독재정권의 ‘보도지침’을 꺾고 진실을 추적하는 모습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로 동아일보 기자들은 각종 기자상을 거머쥐었다. 동아일보 취재팀(당시 김차웅 차장 대우, 황호택·윤상삼·황열헌·임채청 기자)은 1987년 제19회 한국기자상과 1988년 동아 대상을 받았다.

정동우·황호택 기자의 경우 1988년 제20회 한국기자상까지 받았다. 양심선언을 통해 부도덕한 공권력을 고발한 의사 오연상씨는 동아일보가 선정한 ‘1987년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페이스북에 “저는 1987년 야당 담당 기자로 6월 서울시청 앞 광장의 집회를 취재했다”며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가 1999년 순직하셨을 때는 제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고 술회했다.

▲ 영화 ‘1987’에는 윤상삼 기자가 등장한다. 그는 박종철을 죽음으로 몬 고문의 수법이 물고문이라는 사실을 밝힌 동아일보 기자다.
▲ 영화 ‘1987’에는 윤상삼 기자가 등장한다. 그는 박종철을 죽음으로 몬 고문의 수법이 물고문이라는 사실을 밝힌 동아일보 기자다.
영화가 카메라에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아일보의 조력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영화 제작과 관련해 동아일보 제호 및 동아일보 신문 사용을 허락했다.

이에 영화 제작사는 감사의 표시로 영화 개봉 전인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 12관에서 동아미디어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사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언론을 다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모비딕’의 경우 제작사가 “기자들의 취재 과정과 신문 제작 시스템을 알고 싶다”며 동아일보에 도움을 요청했고, 동아일보 기자들은 ‘딥스로트’(극비 제보자)를 취재하는 방식 등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한편, 영화 1987은 개봉 3주차 주말에도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6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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