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가장 앞장서서 싸운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도 ‘감빵’에 있습니다. 왜 그가 아직도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묻는 ‘청와대출입 기자’는 한 명도 없더군요. “한상균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이 그를 사면하지 않을 만큼 영향력이 큰 참모는 누구일까요. 대체 어떤 간언을 했을지 저는 몹시 궁금합니다.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고 편지를 띄울게요. ‘새해’들어 대한민국이 을씨년스러운 까닭은 그것만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새로운 지성을 길러낼 대학의 현주소입니다. 기실 ‘대학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의 살풍경은 대학의 민낯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이 나라 대학 곳곳에서 2018년 1월부터 정년퇴직하는 청소노동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거나 단시간 알바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 재정에 부담이 된답니다. 좋든 싫든 사립대를 ‘대표’해온 연·고대를 짚어볼까요.
그런데 두 학교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총장이 학교를 대표해서 인터넷에 당당하게 올려놓은 다짐 말을 보면 사뭇 놀랍습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미래사회에서 창의적 사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서로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능력”이라며 “미래사회의 공감문명에 대비하여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리더를 키우고자 합니다. 미래사회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던 사회적 가치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가치체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대학이 “교육정책의 틀 속에 갇혀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그에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부르짖습니다. 이어 “무한경쟁에 지친 나약한 지성을 배출하지 않겠습니다. 미래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대학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염 총장은 희망제작소 이사와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 이사이기도 합니다.
조고각하. 발밑을 살피라는 선인들의 경구가 있습니다. 두 총장이 강조한 ‘나눔과 공감, 변화 선도’는 입으로 되지 않습니다. 두 대학은 다른 사립대와 견주어 적립금이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재정이 튼튼하다는 뜻이지요. 두 총장의 사회적 다짐이 위선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청소노동자의 손을 잡기 바랍니다.
총장의 고운 말이 없어도 대학은 굴러갑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거친 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깊은 성찰을 촉구합니다. 연·고대 총장의 생각이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주민대표자들의 수준과 어금버금하다면, 두 대학은 물론 이 나라에 미래가 없습니다. 대학 운영의 낡은 틀부터 깨끗이 청소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