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해 경찰 내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선하고,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혁안에 언론은 경찰에 비대한 힘이 들어간 것은 우려할 만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신문’과 한겨레나 경향신문으로 대표되는 ‘진보적 신문’ 모두 지적한 사안이다. 청와대 역시 해당 지적을 의식해 자치경찰제도 등을 예고했다.

언론의 입장이 갈린 것은 ‘국정원 약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날 청와대 발표에는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 한마디도 없었다”는 식으로 간첩 수사가 아직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15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찰 1차 수사권 경찰로 대폭 넘긴다”
국민일보 “권력기관 개혁, 檢·국정원 힘 빼고 경찰에 힘 준다”
동아일보 “국정원-검찰 힘 빼고 경찰 키운다”
서울신문 “경찰, 1차 수사권·대공수사 넘겨받는다”
세계일보 “힘 빠지는 국정원·檢… 세지는 경찰”
조선일보 “검찰·국정원 힘 빼고 ‘공룡 경찰’ 만든다”
중앙일보 “검찰·국정원 힘 빼고 경찰 막강해진다”
한겨레 “‘빅3’ 대폭 개혁…경찰에 대공수사 전담 ‘안보수사처’ 신설”
한국일보 “‘검찰.국정원 힘 빼기’ 칼 뽑은 문재인 정부”

▲ 15일 중앙일보 1면.
▲ 15일 중앙일보 1면.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민주화 시대가 열린 뒤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이익과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 이들 권력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의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수사권 조정 및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후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고양할 것”이라며 “또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고 권한에 있어서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행정직에 근무하는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을 경찰로 이관하는데 따르는 경찰의 거대 권력화를 막기 위한 방침이다.

이어 조 수석은 “검찰은 현재 기소를 독점하고 아무 제한이 없는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형의 집행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검찰 권한의 분리·분산”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수사경찰이 1차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2차적·보충적 수사를 맡는 수사권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갖는 경우는 경제·금융 등의 특별수사에 한정했다.

▲ 15일 조선일보 1면.
▲ 15일 조선일보 1면.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는 “대북·해외 활동에 전념해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정원에 △국내 정치정보 수집 금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감사원·국회의 통제 등을 제시했다.

또한 청와대는 경찰 민간조사단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화재 참사’ 사건 등 5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내용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 개혁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법안이 발의돼 있다. 경찰 개혁 관련 법안은 여당이 주도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신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등에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정권이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개악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방안에 대부분의 언론은 경찰에 비대한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개혁안에 우려를 표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 산하에 신설할 안보수사처(가칭)로 이관되는 것에 대해 “14만 명의 경찰 조직은 일반 수사와 대공 수사에 기존의 정보·경비·경호 등 치안 권한까지 모두 갖게 되는 것”이라며 “경찰이 매머드 권력기관이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15일 한겨레 5면.
▲ 15일 한겨레 5면.
한겨레 역시 이날 사설에서 “영화 ‘1987’이 다룬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경찰 폭력’ 때문”이라며 “그걸 단지 ‘30년 전 과거’라고만 치부할 순 없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고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국민이 의심하는 건, 아직 경찰이 ‘신뢰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정립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겨레는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외부 감시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향신문 역시 “이 방안대로라면 최대 수혜자는 경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기존 조직과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수사권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된다”며 또 하나의 새로운 공룡기관이 탄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밝힌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행정경찰 분리,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권한 분산과 견제장치 외에도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의 거대 권력화는 정부에서도 우려한 사안이다. 때문에 자치경찰제 등 새로운 방침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신문 모두 경찰의 비대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으나, 조선일보는 간첩수사 등이 축소되는 것에 우려를 보였다면, 한겨레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국내 정보수집 권한 폐지를 ‘잘한 일’이라고 쓴 것이다.

▲ 15일 조선일보 사설.
▲ 15일 조선일보 사설.
사실상 조선일보가 이번 개혁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정원 약화’다. 조선일보 이날 사설 ‘국정원 약화, 北 對南(대남) 공작 고속도로 안 되나’를 보면 “국정원의 간첩 수사가 잘못되거나 조작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진짜 간첩을 잡고 막은 사례가 더 많다”며 “일부의 잘못을 갖고 전체를 없애는 과잉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고 썼다. 또한 이 신문은 “이날 청와대 발표에는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 한마디도 없었다”며 “오로지 국정원 힘 빼는 것만 생각할 뿐 대공 수사력에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은 ‘간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맹비난한다”며 “그러나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세계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인권침해 및 월권 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수사 효율만 따지는 ‘간첩수사 관행’이 바로 고문을 묵인하고 수많은 조작 사건을 합리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빨갱이 잡는 걸 방해하면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사고를 대공 수사기관에 주문하는 건 시대착오다”라고 꼬집었다.

▲ 15일 한겨레 사설.
▲ 15일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 역시 “국정원은 국내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시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수준의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새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비로소 권력기관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종합 청사진이 마련된 셈”이라고 썼다.

‘박근혜 정부’와 같은 구조, 국정원 특활비 받은 MB 측근 구속영장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해 특가법(뇌물 및 국고손실)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 근무 시절(2008년 2월~2011년 12월)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한테서 2억 원씩 모두 4억 원을 받은 혐의다.

▲ 15일 한겨레 4면.
▲ 15일 한겨레 4면.
검찰은 또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진모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특가법(뇌물)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09~2011년 청와대 파견 근무한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하는 데 이 돈을 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벌어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며 “원 전 원장을 비롯한 핵심 인물 상당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핵심 ‘엠비(MB)맨’들이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상납 사건’을 지시하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했을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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