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1월8일부터 1월13일)동안 발생했던 미디어 이슈를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1. 청와대 출입기자단 앞에 놓인 과제 : 능력 배양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 내용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도마에 올랐다. ‘특정 기자’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SNS에선 해당 기자 ‘외모’를 두고 인신공격과 비아냥이 넘쳤다. 동의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물론 해당 기자가 던진 질문에 지지를 보낼 순 없었다. ‘지지자 댓글’ 질문은 엉뚱했다. 지지자들 때문에 기사 못 쓰겠다니? 차라리 ‘일부 극성 댓글’이 문재인 정부 확장성이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게 나았다. 아니면 다른 시급한 현안에 대해 질문했어야 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었다. 그에 걸맞은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그는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해야 할 질문을 ‘푸념’으로 풀었다. 비판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비판’이 온당한 것이었나. 여기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혔다.

신년 기자회견다운 질문보다 지엽적인 질문이 많았다. 상당수 질문이 정치·안보 분야에 집중됐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과 복지에 주력해야 한다.’ 언론이 정치권을 향해 ‘365일’ 주문하는 단골 레퍼토리 아닌가. 근데 정작 본인들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니 민생·복지를 팽개쳤다. 빈곤·노동 문제에 대한 질문은 거의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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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통령과 청와대는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 반면 기자들의 준비는 부족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나았다. 한국 기자들,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자유로운 기자회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앞으로 기회가 많아지면 기자들 ‘질문 능력’도 상승할 거라 믿는다.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도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이재진 기자가 준비한 질문은 ‘언론적폐 청산’과 ‘양심수 사면’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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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와대 출입기자단 ‘장부’

수난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었다. 이번 한주 ‘장부’ 때문에도 구설에 올랐다. 정리하면 이렇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이 관행처럼 장부를 달고 밥을 먹고 있다는 것. 청와대 인근 3곳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장부에 기입하면 청와대 행정실이 한 달에 한 번 식사비용을 계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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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따져봐야 하는 게 있다. 식사비용 출처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이 내고 있는 공동취재편의비용에서 나간다고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매체별로 월 5만원 비용을 낸다. 커피 등 음료수, 식수, 신문대금 등이 공동취재편의비용 명목이다.

매체별로 내는 비용에서 식사비를 지불하면 별 문제 없는 걸까.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공동취재편의비용 명목 중 기자들 식사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매체별로 월 5만원을 내고 식사비용까지? ‘일부’ 기자들 문제이긴 해도 이게 가능할까. 이전 정권에서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기자는 “청와대에서 내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쾌하게 의혹이 풀린 게 아니라는 얘기다.

또 하나. 공동취재편의비용을 왜 청와대가 관리하는 걸까.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이라고 했다. “춘추관은 기자들이 걷은 회비의 관리를 대행해주는 것일 뿐 장부에 쓰여 있는 액수를 계산하는 주체는 기자단”이라고 했다. 춘추관이 기자들 식비를 지불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솔직히 선뜻 이해는 가지 않는다. ‘모든 관행’이 용인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청와대가 공동취재편의비용 관리에서 손을 떼는 게 어떨까. 기자들 밥값은 알아서 계산하는 걸로.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간사회의를 열었다. ‘장부’ 달고 식사하는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외부에서 공동취재편의비용으로 식사 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에서 ‘장부’ 달고 밥 먹는 기자라니?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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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BS직원들 월급을 상품권으로 준다면?

방송계에선 상품권이 화두였다. 20년차 프리랜서 촬영 감독이 SBS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그런데 4개월 밀린 임금 900만원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받았다. SBS에서 직원들 월급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난리가 날 것이다. 본인이 수용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면 안 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 자체로도 충격인데 SBS ‘대응’은 더 큰 반발을 불렀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서아무개 PD. 이 사건을 한겨레21에 제보한 촬영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상의 제보자 색출 작업이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임금을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게 방송계 관행’이라고 했다. 관행이면 본인 임금도 상품권으로 받는 건 어떨까. 관행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잘못된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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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지급 논란’은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이 제1195호 표지 이야기에서 20년차 프리랜서 촬영 감독이 SBS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뒤 4개월치 밀린 임금 900만원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보도한 이후 불거졌다. 사진=한겨레21 제1195호
‘상품권 지급 논란’은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이 제1195호 표지 이야기에서 20년차 프리랜서 촬영 감독이 SBS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뒤 4개월치 밀린 임금 900만원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보도한 이후 불거졌다. 사진=한겨레21 제1195호
문제는 또 있다. 서아무개 PD는 “인건비는 CP(책임PD)에게 사인 받아 그렇게 처리한다”고 했다. ‘방송계 관행’ ‘CP사인 처리’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문제일 수 있다는 것. 일부 제작진이 아니라 상당수 제작진이 이런 관행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상품권 월급’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 있다는 것.

파문이 확산되자 SBS는 지난 11일 공식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일로 인해 SBS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애쓴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유감스럽게도 사과의 대상과 방향이 잘못됐다. 당사자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언론을 향해 입장을 내놓았어야 했다. ‘제보자 색출작업’에 대한 입장도 밝히는 게 온당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했어야 했다. 순서는 엉켰고, 포함돼야 할 부분이 빠졌다. SBS 공식입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지난해부터 방송계 ‘갑질’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관행으로 치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연말 시상식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그 웃음과 박수 뒤에 월급을 상품권으로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면? 그건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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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장겸 등 MBC 전직 경영진 불구속 기소

김장겸 전 MBC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영기)는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노조 지배·개입을 위한 노조원 부당전보와 노조 탈퇴 종용, 노조원 승진 배제 등이다.

이들이 조사를 받았던 서부지검은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비롯해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등이 ‘자주’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물론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MBC가 상암동(마포)으로 이사하기 전, 미디어오늘 기자들 단골 출입처(?)는 남부지검과 남부지법이었다. 그땐 MBC가 여의도(영등포구)에 있을 때였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를 찾은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를 찾은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소 남발을 일삼던 MBC 전직 경영진들. 이제 자신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정에 서게 됐다. 성실히 재판 받으시길 바란다. 형사재판이라 당사자가 반드시 재판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라. ‘외로우실 것 같아서’ 재판 당일 미디어오늘 기자를 꼭 보내겠다는 말씀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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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대영 KBS사장의 항변

고대영 KBS 사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 제청 절차에 돌입한 KBS 이사회를 비난했다. ‘사퇴 불가’ 입장도 밝혔다. 소명 시일을 늘려달라고도 했다. 딱히 코멘트 할 게 없다. 그냥 기록차원에서 그의 발언을 남겨둔다.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사장 임기를 완수하는 일이야말로 방송 독립의 핵심이다. (자신에 대한 해임은) 방송독립과 언론자유를 짓밟은 폭거로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폭거라는 말이 이렇게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명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까 한다.

“고 사장이 해임돼야 하는 사유는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를 만큼 차고 넘친다. 더 이상 KBS 구성원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망친 공공의 적으로 단죄를 받고 있는 것일 뿐이다. 호들갑 떨지 말고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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