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 비리가 이 정부에서 다시 시작될 조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전관예우 비리 우려를 언급한 이유는 최근 조선일보 등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사건 수임이 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곽 의원은 이날 사개특위 위원장과 여야 교섭단체 간사 선임을 마친 후 특위 위원들 간 상견례와 인사말을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어제 신문을 보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친하다는 이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수임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개특위가 발족해서 현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관예우 비리 문제부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제도와 뒷받침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사법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나온 곽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혼외자’ 의혹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채 전 총장 혼외자 보도를 이끈 강효상 한국당 의원(전 조선일보 편집국장)도 사개특위 위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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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한국당 의원(오른쪽). 사진=노컷뉴스, 민중의소리
▲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강효상 한국당 의원(오른쪽). 사진=노컷뉴스, 민중의소리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3년 10월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우리가 확인한 바 (2013년) 6월14일 (원세훈·김용판) 검찰 기소 이후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경찰 출신의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며 “곽 전 수석이 8월 중순 이 정보를 들고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 곽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대구 대건고 선후배 사이로 나란히 한국당 입당 후 제20대 국회에 입성한 곽상도·강효상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댓글 사건 수사를 받던 국정원이 채동욱 전 총장이 이끌던 검찰 특별수사팀 와해를 청와대에 지속해서 건의했고, 국정원과 청와대가 거의 비슷한 시점부터 채 전 총장 혼외자 뒷조사를 했음은 이미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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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사개특위 위원장에는 변호사 출신 3선 의원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선임됐다. 여야 교섭단체 간사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 장제원 한국당 의원,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맡게 됐다.

정성호 위원장은 “우리 특위는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 부응하고 유관기관의 이해관계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고 사법부 독립에 심각한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국민은 검찰 개혁을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로 강력히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우리 특위에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주어졌지만, 위원들 사이에 시각차가 있다“며 “그간 검찰은 죽은 권력에 강하고 살아있는 권력엔 손도 못 댔다는 비판을 받고 공수처 설치가 제안됐지만, 공수처가 또 다른 살아있는 권력의 시녀가 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비교섭단체 위원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까지 탄핵하게 한 국정농단사태도 사법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렇게 비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에 새로 시작한 사개특위가 주어진 기간 안에 소임을 충분히 다해 사개특위가 개혁 대상이 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개특위 위원은 아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오 원내대표가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해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있으면 검찰도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 설치 문제와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국가의 운영 사례와 같이 기본적으로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통해 검찰과 경찰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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