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지난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단체관람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에서도 영화관을 찾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보수든 진보든 정치인들마다 1987년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내놓고 있어 영화 ‘1987’에 대한 정치인들의 소감도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1987년에) 의과대학 대학원생이었습니다”라고 답해 SBS가 이를 방송에 내보냈고, 한겨레도 온라인 기사를 통해 안 대표의 발언을 다뤘다.

하지만 SBS 방송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지난 10일자 한겨레 기사(“1987년 어떻게 기억하냐” 질문에 안철수 ‘동문서답’)가 돌연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 11일 현재 한겨레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사 링크로 들어가면 기사 본문은 보이지 않고, 이 기사를 삭제한 것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 지난 10일자 한겨레 기사(“1987년 어떻게 기억하냐” 질문에 안철수 ‘동문서답’)가 돌연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
▲ 지난 10일자 한겨레 기사(“1987년 어떻게 기억하냐” 질문에 안철수 ‘동문서답’)가 돌연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
누리꾼들은 “안철수 보호하려고 기사를 내렸느냐”, “또 기사 가지고 장난치느냐”, “기사를 내렸으면 안내 글귀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디지털팀 소속의 기자는 정치부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처음 작성 내용에 사실관계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를 삭제했다.

SBS 방송에는 “1987년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안 대표가 “나는 의과대학 대학원생이었다. 상상이 안 가는 표정으로…”라고 답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현장 녹취 음성을 확인해 보니 질문 자체가 달랐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자들에 따르면 안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CGV에서 기자들을 만났고, 취재진은 “1987년도의 안철수 대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기억의 대상이 1987년의 ‘역사적 상황’이 아니라 당시의 ‘안철수’였던 것이다.

▲ 지난 9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9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과 한겨레 기사가 나간 후 “그럼 세상이 바뀌던 순간 안 대표는 홀로 편안한 선택을 했던 것이냐”, “역사의식을 떠나서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의 문제”라는 식의 비난 여론이 일었는데, 현장 대화 내용으로는 안 대표가 당시 본인의 모습에 대해 사실대로 대답했던 셈이다.

한겨레 기자는 SBS 방송에서 안 대표의 대답에 대한 질문이 편집됐다고 판단하고 기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방송이란 게 편집 포인트가 있어 질문과 답변이 중간에 잘려서 붙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그 질문 부분은 편집됐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며 “SBS가 왜 그렇게 편집했는지는 계속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1일 SBS 관계자는 “해당 방송 제작진에게 내용을 확인한 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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