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의 ‘노사 합의 파기’ 논란 이후 회사는 ‘노종면 죽이기’ 프레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동안 복직 기자들에 대한 마타도어가 주로 사내에서 횡행했다면 합의 파기 논란이 있고 난 후에는 노 기자를 노조 배후 혹은 조종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입장이나 최 사장의 기자회견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YTN 사장 공모 국면에서 ‘노종면은 과격하다’는 식의 마타도어가 난무했던 것처럼 이번 노사 대립에서도 ‘노종면 프레임’이 사내 권력의 방패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에서 노사 갈등이 촉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YTN 개혁 대상들이 전면전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노종면 YTN 복직 기자를 공석인 보도국장에 재지명하기로 구두 합의한 것을 최 사장이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최남수 퇴진 투쟁’의 닻을 올렸다. 지난 8일과 9일 이어진 사장 출근 저지도 그 일환이었다.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합의 파기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합의 파기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YTN 사측은 8일 “개탄한다. 왜 YTN은 ‘노종면 보도국장’만 가능해야 하느냐. 왜 YTN은 ‘기승전 노종면’이어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노 기자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회사 입장문은 YTN 출입 기자들에게 전달되던 보도자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제된 언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한 최 사장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최 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4 용지 7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기자회견문을 보면 크게 △지난해 12월24일 ‘언론노조-YTN 노조-YTN 대표이사 3자 협상’에 대하여 △YTN 사태의 본질에 대하여 △‘노종면’ 기자에 대하여 등의 소제목으로 본문이 구성되어 있다. 언론사 사장이 자사 특정 언론인을 여러 기자들을 모아놓고 공격하는 방식의 기자회견은 이례적이다. 

‘노종면 기자에 대하여’라는 본문을 보면, ‘말 바꾸기’, ‘언론관’, ‘조직관’ 등으로 구분해 노 기자의 ‘문제점’을 적시해놓고 있다. 최 사장은 “YTN의 대표이사로서 구성원인 한 개인을 언급하는 것은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그 부담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면서도 “YTN 사태 원인은 원천적으로 노종면 기자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노 기자가 사장 공모에서 낙마하면 복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말을 바꿨다. 2) 노조에 불리한 여러 소문에 대해 노 기자가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언론관’이 우려된다. 3) 노 기자는 자신의 측근들과의 ‘톡방’에서 ‘최 사장 출근저지’ ‘보도국 수성’ 등 투쟁 방침을 내려 ‘조직관’이 우려스럽다.

언론사 대표이사가 일개 사원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데 대해 YTN 구성원은 물론 언론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회견문에서 최씨는 노사 간의 물밑 협상 내용부터 특정인에 대한 음해성 소문까지 온갖 잡다한 말들을 길게 늘어놓았다”며 “YTN 사태의 원인은 해직자가 아니라 최남수 당신에게서 비롯됐다. 하루빨리 정상화로 나아가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사장이라는 자가 입만 열면 ‘노조 탓, 후배 탓, 모든 건 남의 탓’이나 하는 수준이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해 12월11일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해 12월11일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는 “기본적으로 그동안 해직자들이 견지해온 자세가 촛불시민들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10년 동안 지속해온 그 자세 말이다”라며 “최남수씨는 그런 자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노 선배를 비롯한 해직자들, 그리고 노조에 대해서 매우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나 복직 기자를 바라보는 최 사장의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 밖에도 많았다.

YTN 사측이 노 기자를 앞에 놓고 때리는 까닭은 퇴진 투쟁에 나선 구성원들의 행동을 지침에 따른 ‘불순’한 것으로 여론화하려는 목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기자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남수의 오판은 나를 모든 상황과 행위의 배후 조종자로 생각하는 ‘망상’ 내지 ‘포비아’에서 나온 듯하다”며 “그 오해는 사내 적폐 세력의 지속적인 부추김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노 기자는 “회사 명의의 공지에서는 ‘왜 YTN은 기승전 노종면이어야 하냐’는 내용이 나온다”며 “마치 노조와 구성원들이 비정상적으로 ‘노종면’이라는 개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대목이다. 내가 보기에 최남수씨와 적폐 세력의 사고가 ‘기승전 노종면’”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회사와 대표이사가 사원을 지목해서 프레임을 짜고,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노종면의) 사조직처럼 규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YTN 구성원의 행동을 특정 사원의 지령을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지부장은 “만약 노종면 기자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최 사장이 직접 불러다가 면담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취임 후 면담조차 한 적 없었다. 그랬던 회사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YTN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사장 내정자 시절인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뉴스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노종면 앵커” 카드를 언급한 적 있다. 노 기자가 앵커를 맡아 뉴스를 이끌면 손석희의 JTBC와 대적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날 인터뷰 역시 “복직 기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YTN의 자산’”, “그들보다 YTN에 대해 충성도를 가진 사람들이 어디 있나? 그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중용할 것이다” 등 MB정부의 방송 장악에 맞서다가 해고되고 복직한 YTN 언론인들을 위로하는 말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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