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남측과 북측 사이 회담 공개 여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측이 회담 공개를 주장하고 이에 남측이 비공개 주장으로 맞섰다는 내용인데 북측 주장이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개시 직후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 민족에게 전달됐으면 한다”며 회담의 언론 공개를 전격 제안했다.

리 위원장은 “기자들도 관심이 많아서 온 것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풀 취재단을 통한 보도와 회담 직후 브리핑하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언론에 회담 내용을 전체 공개 형태로 진행하자는 것.

이에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공개와 관련해 말하는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공감을 하지만 모처럼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은 만큼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대신 조 장관은 “중간에 기자들과 함께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리 위원장은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를 불러서 회의 상황을 알리자”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남북회담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1월9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9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연철 교수(인제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남북회담에도 그런 적이 있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특별한 의도와 전략이 있어서도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남측이 비공개로 하자는 이유에 대해 협상장 앞에선 북측이 있지만 뒤엔 여론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72년 9월 서울에서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릴 때 생중계를 했고 북측 대표 윤기복이 ‘위대한 수령’과 같은 표현을 쓰면서 남측 여론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공개를 주장할 때가 적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 대표가 직접 우리 기자실을 방문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할 때도 있었다. 정부가 비공개를 제안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남북회담의 관례였다. 더 중요한 것은 회담의 성과를 위해서고, 나아가 남북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회담에서 남측은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입장과 설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남측은 북측의 대규모 대표단 파견과 함께 올림픽 공동입장을 제안하면서 적십자 회담을 개최해 설 연휴기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또한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며 군사 당국 회담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예술단, 기자단 파견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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