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외식업 계열사 삼성웰스토리(대표이사 김봉영)가 노조와 첫 상견례를 열기 직전, 사측 단체교섭권한을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위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웰스토리는 8일 대표이사 명의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및 금속노조 경기지부장, 삼성웰스토리 지회장에게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및 체결권한 위임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웰스토리는 공문에서 “임금 및 단체교섭과 관련해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을 사측 교섭대표위원으로 위촉해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 교섭위원 선정권을 위임했음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는 2017년 11월18일 회사 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나설 것을 우려해 ‘삼성은 삼성답게 교섭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삼성웰스토리지회 제공
▲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는 2017년 11월18일 회사 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나설 것을 우려해 ‘삼성은 삼성답게 교섭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삼성웰스토리지회 제공

삼성웰스토리는 오는 10일 교섭대표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와 첫 노사 상견례를 열 예정이었다. 상견례가 열리기 불과 이틀 전에 교섭권한을 회사 외부 인사에 위임한다고 일방 통보를 한 셈이다.

노조 측은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원위 삼성웰스토리 지회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런 결과가 나올까봐 지난해 11월엔 ‘회사가 직접 교섭하라’고 1인 시위도 했고 지난 한 달 간 회사 측 요구도 수용해왔다”며 “그럼에도 회사가 직접 교섭에 나오지 않겠다는 건 노조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느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8일 ‘삼성은 삼성답게 교섭하라’ ‘직원들이 피, 땀, 눈물 흘려 번 돈 헛되이 쓰지 마라’ ‘믿고 매일 찾아주시는 고객에게 믿음 잃지 않게 충실히 교섭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지난해 12월19일 최초 상견례를 가질 것을 제안했으나 사측이 연말 일정 등을 이유로 1월10일로 연기할 것을 요구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임 지회장은 “노사 상견례나 교섭 등은 보통 사내에서 열리지만 회사가 사외 장소를 요구해옴에 따라 대승적으로 그것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측은 ‘회사가 단체협약에 대한 경험이 없다’거나 ‘노조 측 역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함께 상견례에 나올 예정이다’ 등의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회상규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건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운영위원은 “중소기업도 최초 상견례가 열리면 대표이사가 나오는 등 예의를 갖춘다”며 “규모가 큰 대기업인데다 노무관리도 철저히 해온 점에 비춰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문건 일부.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의 사진이 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문건 일부.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의 사진이 있다.

삼성웰스토리 지회는 예정대로 상견례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조는 상견례에서 성실 교섭 의무를 요구한 뒤에도 회사 측 태도에 변함이 없다면 향후 대응방법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해당 공문엔 ‘삼성 웰스토리 신문화그룹’이 관련 문의를 받는다고 기재돼있다. 신문화그룹은 쉽게 말하면 삼성그룹 전 계열사마다 있는 노무관리팀으로 과거 노조 설립 움직임을 감시하고 저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를 설립해 부당해고 당했던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과거 ‘신문화팀은 복리후생과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노조활동가 감시하고, 재판·집회 감시, 기자회견 방해 등 노동조합 대응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신문화팀 관계자도 주요 업무가 삼성노조 채증하는 일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등의 증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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