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김포 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업장을 떼거리로 돌며 골탕 먹인다”고 말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인 데다 왜곡된 인식이 깔린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철호 의원은 ‘굽네치킨’ 창업자이기도 하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회의에서 홍철호 의원은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 명이다.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데 건설현장 임금을 견인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용역회사를 떼거리로 다니면서 사업장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사업장에 가서 튀고, 또 저 사업장 가서 튄다”며 “사업장은 사람들이 갑자기 모자라서 임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작년 이와 관련해 대정부 질문을 했더니 외국인 근로자들과 시민단체가 와서 이틀 동안 데모를 하고 갔다”며 “영세 사업장 임금인상이 도미노처럼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산업 연수생 제도 부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 홍철호 의원 페이스북.
▲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 홍철호 의원 페이스북.
홍철호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산업연수생제도를 재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홍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 208만 원을 100만 원으로 줄이고, 남은 100만 원을 한국의 청년에게 주자”며 “우리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안 받는다. 내국인들이 어떻게 보면 외국인에 비해 불이익 받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9월19일 바른정당 국회 원내 공개 대책회의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지난해 9월28일 경기이주공대위와 김포지역이주단체들이 김포시 운양동에 위치한 당시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 을) 지역사무소 앞에서 홍 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진우 이주노동조합 사무처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고용허가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며 “이주 노동자들은 현재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지 않아 이 회사 저 회사 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자 변경횟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원한다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업주의 싸인을 받아야 하고, 싸인을 받지 않으면 이탈하는 순간 미등록이 된다”며 “홍 의원 말처럼 사업장 변경이 자유로웠으면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한 회사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으니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홍 의원이 어떤 취지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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