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1월1일부터 1월6일)동안 발생했던 미디어 이슈를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1. MBC가 상대해야 할 것 : 취재관행

MBC가 도마에 오른 한 주였다. ‘정치적인 논란’이나 리포트 방향성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었다. 취재윤리·저널리즘 기본에 관한 것이었다. MBC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고, 그만큼 시청자들 비난은 거셌다. ‘김장겸 체제’의 MBC가 아니라 ‘최승호 체제’ MBC이기 때문에 그랬다. 해직 언론인이 복귀하고 취재현장에서 배제된 기자·PD들이 일선에 배치됐다. 하지만 관행이란 ‘녀석’은 여전히 이들 곁에 잠복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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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호 앵커는 지난 2일 취재기자 지인 등을 시민 인터뷰로 활용한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박성호 앵커는 지난 2일 취재기자 지인 등을 시민 인터뷰로 활용한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관행은 무서운 것이다. 사람과 자리는 바뀔 수 있어도 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 ‘MBC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간단하다. 과거 취재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 현장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노룩취재’, 기자의 지인을 시민 인터뷰로 내보낸 ‘지인취재’는 이제 퇴출대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건, MBC가 문제의 핵심이 무언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리포트의 구색을 위해 반사적이고 습관적으로 방송용 인터뷰를 하는 관행이 곪아터진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보고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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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언론에게 ‘제대로 된’ 권력비판·자본감시를 요구한다. 언론이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건, 그것이 옵션이 아니라 기본사양이 됐다는 점이다. ‘새로워진 MBC’는 ‘권력비판과 자본감시’라는 기본사양을 탑재한 채 이제 취재관행과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최승호 체제’ MBC에게 기대하는 게 ‘그런 종류’의 변화일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관행’이 MBC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MBC가 선도해 주길 바라는 건 분명하다. MBC 기자·PD로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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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와대 출입기자단 앞에 놓인 과제 : 질문

청와대 출입기자단 앞에 숙제가 던져졌다. 질문이란 숙제. 상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얼핏 보면 쉬운 숙제 같지만 만만치가 않다. 질문하는 게 기자의 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기자들은 자신들의 ‘본업’을 망각했다. 허용되지 않은 질문은 하지 않았고, 청와대가 쓴 각본에 따라 ‘연기’를 했다. 어설픈 연기에 시민들은 코웃음을 쳤다. 웃픈 건, 그럼에도 기자들이 ‘발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부끄러움은 ‘전체 언론인’ 몫이었다.

이 부끄러움을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사이에 대략적인 얼개를 짜고 질문순서를 정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이걸 없애기로 했다.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명한다. 역대 정부 통틀어 최초다. 언론사의 크고 작음, 영향력 등에 관계없이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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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진검승부. ‘흥미진진’ ‘흥행대박’ ‘관심폭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려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니라 기자들이 말이다. ‘뻘 질문’ ‘하나마나한 질문’ ‘왜 하는지 모르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해서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 언론에게 이는 분명 낯선 풍경이다. 이른바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간 질문 경쟁도 관전 포인트!

3. SBS·KNN이 고민해야 하는 것 : 떳떳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막말’의 달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다른 정치인과 차이가 있다. ‘막말’ 대상에 언론도 포함시킨다는 것. 이번 한 주, 홍 대표 타깃이 된 언론사는 SBS와 KNN. 그는 “SBS와 KNN을 좌파정권에 뺏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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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다. ‘뺏겼다’는 말은 제 것을 남에게 강탈당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SBS와 KNN은 홍준표 대표 소유인 적이 없다. 공당의 대표인 그가 이걸 모르겠는가. 그럼 왜? 홍 대표 발언에서 표현 자체보다 표의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SBS와 KNN을 좌파정권에 뺏겼다”는 말 속에 담긴 함의–그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에 호의적이었던 방송이 지금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홍 대표 발언 그 자체는 분명 ‘막말’이다. SBS와 KNN 구성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 데에는 안타깝게도(!) 나름 근거와 배경이 있다. 홍 대표 발언을 ‘막말’로만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SBS·KNN 구성원들이 그의 ‘막말’에 발끈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공당의 대표가 저런 ‘막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하는 것. SBS·KNN 구성원들 앞에 놓인 숙제는 바로 떳떳함인지도 모른다.

4. 최남수 YTN사장이 원하는 것 : 파국?

지난날 남북관계를 보는 것 같다. 살얼음판을 걷다가 겨우 접점을 찾았는데 다시 파국 조짐이 보인다. YTN 최남수 사장. 지난 5일 송태엽 YTN 부국장을 보도국장에 내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합의 파기’라며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판 깨버린 최남수, YTN 다시 파국으로

‘합의’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YTN지부는 ‘합의 파기’ 주장 근거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12월24일 마지막 협상내용을 담고 있다. YTN 노사 합의문 서명(2017년 12월27일)을 며칠 앞둔 시점이다. 이 녹취록을 보면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에 동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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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사장. 6일 입장을 밝혔다. 분량이 길다. 근데 애매하고 모호하다. 핵심은 이거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사실이나 확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 구두합의 한계·약속 파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지난달 28일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현 경영진 사과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언자는 박진수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달 28일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현 경영진 사과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발언자는 박진수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최남수 사장은 왜 판을 깨려 하는 걸까.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뻔한 카드를 내민 이유가 뭘까. 혹시 그가 원하는 ‘상황과 그림’이 파국? 송태엽 후보자는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까. 앞으로 YTN 관련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근데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합의를 파기한 배경.’ 이게 핵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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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많은’ 정우성이 필요하다 : 정우성의 ‘소신’이 필요한 언론인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을 배우 정우성이 만났다. 최근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정우성. 어떤 발언을 할까. 관심이 모아졌다.

“저는 영화배우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KBS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이기도 하다. 정당한 발언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 한다.”

[관련기사] 정우성의 소신 “배우 이전에 KBS 수신료 내는 시청자”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 문제는 한국에서 배우가 이런 말 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정우성이 필요하다. 아니 대중문화분야에서 더 많은 ‘배우 정우성’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언론계엔 정우성의 소신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소신이라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부끄러워해야 할 기자·PD들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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