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신임 YTN 사장이 지난 5일 송태엽 YTN 부국장을 보도국장에 내정하면서 YTN 노사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 사장은 6일 오전 “보도국장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분을 후보로 지명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기겠느냐”며 노종면 YTN 복직 기자를 보도국장에 내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명했다.

최 사장은 이날 입장을 내어 “저는 보도국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또 노사 협상 과정에서도 보도국 인사에 대해선 보도국장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보도국장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분을 후보로 지명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기겠느냐. 인사권을 놓고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최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으로서 또 다른 분란과 갈등이 야기되는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라며 “아니면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적절한 일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보도국장의 인사권 보장을 요구한 노종면 복직 기자를 부적격하다고 규정한 것이다. 2008년 MB 정부의 낙하산 YTN 사장 임명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해고된 뒤 지난해 복직한 노종면 기자는 지난 11월 YTN 보도국장에 내정된 바 있다. 이후 노 기자는 사측에 적폐 청산 의지가 없다고 판단, 내정을 거부한 뒤 YTN 구성원들과 함께 ‘최남수 반대 투쟁’에 나섰다. 

▲ 지난 9일 오후 3시 최남수 YTN사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노사합의를 파기했다는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 지난 9일 오후 3시 최남수 YTN사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노사합의를 파기했다는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 사장이 지난해 12월24일 3자 협상(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최남수 사장-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에서 노 기자를 재내정키로 했으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노조는 3자 협상 과정에서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반개혁적이고 상습적으로 말바꾸기를 일삼는 최남수 씨가 YTN에 발붙일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사장은 “보도국장은 해직자 중에 한 명, 미뤄 짐작하시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수 지부장이 “구성원들은 보도국장 내정자는 지난 지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자 최 사장은 “그런 뜻을 담아서 공개요청 해달라. 그러면 회사가 답을 (올해) 3일까지 드리면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김환균 위원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최 사장의 별도 면담에서 노종면 기자를 보도국장 내정자로 지명하는 데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한다.

최 사장은 6일 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얘기한 대로 당일 노종면 부장에 대한 보도국장 지명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서로 맥락이 다른 점도 있었고 협의 이후의 상황에서 논의 자체를 구체화시킬 수 없었던 요인들이 생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저는 처음에는 노종면 부장의 후보 지명에 반대했다”며 “노 부장이 임명 거부를 한 데다 이후 저의 사장 선임을 앞장서 반대해 상식적으로 재지명은 구성원들에게 설득력이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 점을 김 위원장에게 분명히 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간곡하게 말하고 노사 간 연내 합의가 워낙 중요했던 만큼 복직 기자 중 한 명에게 보도국장을 맡기는 방안에 대해 서로 노력해보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제가 현장에서 말한 ‘최대치’는 ‘지금 확답을 줄 수 없다. 노조가 공개적 입장을 표명하면 1월3일까지 회사의 입장(또는 답)을 밝히겠다. 노력해보겠다’였다”며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확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종면 부장을 포함한 복직자 중 한 명을 보도국장 후보로 한 때 검토했던 적은 있다”면서도 “취임 이후 노사 합의 정신을 위반한 행위들이 이어지면서 제 우려 또한 커졌다”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11일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해 12월11일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사장은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 저를 비방하며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시무식 현장에서 복직자 한 분은 저의 면전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또 복직 기자들이 중심이 돼 성안된 혁신TFT 안에는 ‘보도국장의 인사권’ ‘경영본부장 폐지’ 등 사장의 고유 권한을 훼손하는 내용들이 담겼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어 “저는 개혁적이고 취재 경험이 풍부한 송태엽 보도국장 후보가 후배들과 손발을 맞춰 보도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복직 기자들을 중용하며 조직의 통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찌감치부터 후보 중 한 명으로 생각해온 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YTN지부는 오는 8일 출근길부터 ‘최남수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언론노조가 어렵게 중재해 성사시킨 합의를 파기한 대가를 최남수씨는 당연히 치러야 할 것”이라며 “보도국 독립을 거부하고 노조와의 약속을 뒤집은 최남수씨는 본인의 거취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최 사장 뒤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부추기고 합의 파기를 유도한 자들의 실체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최 사장 입장 전문.

<임직원 여러분 사장입니다.>

취임한지 일주일 여가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업무를 파악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 보도국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차기 보도국장 후보를 지명했습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좋은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사합의 파기 논란이 일고 있어 당혹스러움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논란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지난해 12월 24일에 있었던 협상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조가 얘기한 대로 당일 노종면 부장에 대한 보도국장 지명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로 맥락이 다른 점도 있었고 협의 이후의 상황에서 논의 자체를 구체화시킬 수 없었던 요인들이 생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2월 24일 오후 노사는 언론노조의 중재로 프레스센터에서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을 위한 협상을 벌였습니다. 노사 양측의 양보로 이미 공지한 합의 문안을 완성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여기까지가 문서로 명기되는 협상이었습니다.

문안 합의가 끝난 직후 노조는 갑자기 구두로 우장균 보도본부장, 노종면 보도국장 지명 이슈를 들고 나왔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이슈였습니다. 특히 보도국장 후보 임명을 거부하고 저의 사장 선임에 총력 반대하고 나섰던 당사자가 노조를 통해 다시 임명을 요구하리라곤 상상치도 못했습니다.

여하튼 우장균 보도본부장 임명에 대해 사측은 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조도 추가적인 문제 제기는 없었습니다. 노종면 보도국장 후보 임명 건은 배석자를 물린 채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저와 김환균위원장, 박진수위원장과 김환균위원장 두 명이 번갈아 만나다가 나중에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식의 형식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노종면 부장의 후보 지명에 반대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노 부장이 임명 거부를 한 데다 이후 저의 사장 선임을 앞장서 반대해 상식적으로 재지명은 구성원들에게 설득력이 없는 조치로 받아들여 질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김 위원장에게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간곡하게 말하고 노사간 연내 합의가 워낙 중요했던 만큼 복직 기자 중 한 명에게 보도국장을 맡기는 방안에 대해 서로 노력해보자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제가 현장에서 말한 ‘최대치’는 ‘지금 확답을 줄 수 없다. 노조가 공개적 입장을 표명하면 1월 3일까지 회사의 입장(또는 답)을 밝히겠다. 노력해보겠다’였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확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닙니다. 보도국장 후보 임명이라는 중대 사안이 ‘밀실 논의’로 확정될 사안이 아닌데다 노조가 주장한 후보는 물론 다른 잠재 후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후 차기 보도국장 후보의 조건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보도국 정상화를 판가름할 핵심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그 고민의 결과는 지난 2일의 제 신년사에 담겼습니다. 저는 ‘신임 보도국장은 ‘편견’으로부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노종면 부장도 후보이지만 송태엽 부국장이 이 기준에 더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노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후배 기자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데다 오랜 취재 경험으로 질서 있게 보도국을 혁신하고 책임 있게 공정보도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노종면 부장을 포함한 복직자 중 한 명을 보도국장 후보로 한 때 검토했던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노사 합의 정신을 위반한 행위들이 이어지면서 제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 저를 비방하며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소화광’에 계속 올라오고, 시무식 현장에서 복직자 한 분은 저의 면전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복직 기자들이 중심이 돼 성안된 혁신TFT 안에는 ‘보도국장의 인사권’ ‘경영본부장 폐지’ 등 사장의 고유 권한을 훼손하는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특히 보도국장 인사권 문제는 문안 협상 때도 사측의 반대로 빠졌던 내용입니다.

‘인사에 대한 보도국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장과 보도국장이 협의해 인사를 한다’는 정도로 구두 공감을 했던 사안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보도국장의 인사권 보장’을 언급했던 노종면 부장의 ‘보도국장 후보 임명 거부의 변’이 떠올랐습니다.

‘보도국장의 실질적 인사권 보장도 이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장 내정자도 보도국장의 인사권 보장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도국장 내정자 지명을 거부합니다. 2017.12. 7)

임직원 여러분, 저는 보도국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노사 협상과정에서도 보도국 인사에 대해선 보도국장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보도국장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분을 후보로 지명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기겠습니까. 인사권을 놓고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으로서 또 다른 분란과 갈등이 야기되는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요. 아니면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적절한 일일까요. 저는 개혁적이고 취재 경험이 풍부한 송태엽 보도국장 후보가 후배들과 손발을 맞춰 보도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복직 기자들을 중용하며 조직의 통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부터 후보 중 한 명으로 생각해온 분입니다.

조승호 혁신팀장을 보도혁신본부장으로 내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겠습니다. 보도 혁신 작업을 주도해오고 풍부한 취재 경험 등 많은 장점을 지닌 분이어서 본부장을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종전처럼 본부장을 임원으로 보임할 경우 임기 등 이슈로 직장 생활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사원 자격으로 본부장을 맡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본부장을 그만 둔 후에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입니다.

여러분,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YTN의 재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보도국장 후보 지명을 둘러싼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에 마음이 한 데 모아지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 6 대표이사 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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