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첫 대통령 홍보수석으로 기용됐던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임기를 3개월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모회사인 KT의 황창규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협력에 대해 책임지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다른 자회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이사회에 지난 26일자로 사의를 표명해 모회사인 KT가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이 사장은 스카이라이프에서 4년 간 사장업무를 해왔다.

김철기 KT 홍보실 상무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본인이 사의표명한 것은 맞다. 본인이 이사회 의장으로 돼 있어 (사의표명하면) 효력은 있다. 의사표명을 하면 사임효력이 발생한다”며 “부사장이 사장을 대행한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스카이라이프에 새 사장 후보와 관련해 “CEO 후보를 보내거나 새 사장을 임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본인이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우리가 사표를 수리하거나 (수리됐다고) 통보한 것은 없다. 다만 사의표명했다는 것을 우리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의를 표했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이 사장의 사퇴를 황 회장이 결정했는지에 대해 “황 회장이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제 보도자료를 낸 자회사 CEO들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등기이사는 아니기 때문에, 사장은 맞지만 대표이사 사장은 아니다. 연말 인사 후 3월 주총까지 (등기이사의) 공백은 있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남기 사장이 사퇴한 스카이라이프 사장 외에 다른 자회사들의 사장단 인사 및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KT 스카이라이프에는 강국현 현 부사장을 운영총괄에 맡겼다.

황 회장은 BC카드 신임 사장에 이문환 부사장을 선임하고, KT IS의 신임 사장에 김진철 현 전무를, KT DS 사장에 우정민 전무를, KT파워텔 사장에 김윤수 전무를, KT서브마린 사장에 이철규 전무를 임명했다.

▲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윤동식 KT DS 고객서비스본부장과 차재연 BC카드 경영기획부문장은 전무로 승진시켰으며, 문상룡 KT DS Emerging Tech 본부장과 박평권 나스미디어 광고본부장은 각각 상무로 승진시켰다.

황 회장이 지난 15일 대규모 승진 및 조직개편 인사에 이어 27일자로 시행한 인사를 두고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협력의 과오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박 인사로 내려온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임기가 몇 달 남았음에도 스스로 사퇴한 것과 달리 황 회장은 오히려 적극적인 조직 구축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게 온당하냐는 것이다.

정연용 KT 노조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당선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황창규 회장이 그동안 KT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저질렀던 행위들에 대해 명백히 밝혀지고 있고, 국정농단 부역에 대해 조직 내외적으로 받고 있는 퇴진 요구가 분명하게 있는데도 계속 인사발령을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KT 내부 승진인사에 이어 그룹사 임원진 배치까지 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KT의 다른 한 직원은 “계속해서 황 회장 본인이 도리가 아닌 일들을 하고 있다. 깨끗하게 본인이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라며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KT 민주동지회와 정연용 당선자는 공동 명의로 내놓은 성명에서 “KT내 적폐의 핵심인 황창규 회장이 노조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부당노동행위의 책임자를 승진시키며 적폐를 계속 쌓아나가는 것을 언제까지 계속 두고 봐야 하는가”라며 “KT적폐의 핵심인 황창규 회장을 퇴진시키고 그가 자행한 온갖 불법행위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T 김철기 홍보실 상무는 28일 “연말이라서 조직정비를 빨리하고 신년도 본격적 경영을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칵테일타임'을 마친 뒤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황차육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칵테일타임'을 마친 뒤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회장은 차은택 인사청탁을 받아들여 박근혜 국정농단 협력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황 회장 명의로 개설된 것도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겨레는 28일자  2면 머리기사 ‘‘이건희 차명계좌’에 황창규 등 삼성 고위급 이름’에서 “최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200여개는 대부분 삼성의 고위급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차명계좌 중에는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명의로 개설된 것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황 회장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계좌에 있던 주식은 2011년 이전에 처분돼 현재는 차명계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KT 김철기 상무는 “황 회장은 그 사실에 대해 몰랐다”며 “200명 넘게 있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황 회장 몰래 황 회장의 이름을 불법적으로 빌렸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김 상무는 “그건 삼성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 2015년 3월30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공공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창조경제혁신 출범식을 마친 뒤 센터를 시찰하던 중 사물인터넷(IoT) 기반 거미로봇의 갑작스런 작동에 놀라고 있다. 맨 왼쪽이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 2015년 3월30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공공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창조경제혁신 출범식을 마친 뒤 센터를 시찰하던 중 사물인터넷(IoT) 기반 거미로봇의 갑작스런 작동에 놀라고 있다. 맨 왼쪽이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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