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승호 ‘룸메이트’입니다.”
“정영하 같은 방 쓰는 사람입니다.”
2000여 일 만에 출근한 복직자 환영 행사가 한창이던 11일 저녁 MBC 상암 사옥 로비. 무대 오른쪽 뒤편에서 복직자들의 가족들이 나타났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 측이 순서표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마련한 ‘깜짝 선물’이었다. 해직자 복직과 더불어 MBC본부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행사에는 MBC 구성원과 언론계 원로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가족들을 맞이하는 동안 무대 맨 앞에 앉아있던 복직자들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서로 분주하게 귓속말을 나눴다. 두 아들과 손 인사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지은 박성호 기자와 달리, 빨갛게 눈이 부은 채 나타난 딸을 발견한 박성제 기자는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무대 앞에 선 복직자의 배우자들은 담담하게 ‘속았다’고 말했다. 정영하 기술감독의 아내는 “(노조 위원장을 맡게 됐을 때) 남편이 예쁘게 잘 포장했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별일 없을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정영하 감독은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장으로서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 해고됐다.
강지웅 PD 아내는 “5년 반 전 해고당한 날이 저희 결혼기념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내는 강 PD에게 삭발하고 단식하지 말랬더니 해고를 당해왔다고 말했다. “삭발은 할 게(머리숱) 없고 단식은 못한다. (그랬더니) 해고를 당했다. 할 수 있는 게 오직 한 가지였던 것”이라는 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박성제 기자의 딸은 “아빠가 해고되실 때도 사실 안 울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울게 되니까 이상하다”며 “아빠 너무 축하해”라고 말했다. 박 기자 딸은 박 기자가 해고 됐을 때도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할 일을 찾아가는 게 좋았다”며 아빠가 원하는 일을 하기 바란다고 응원을 보냈다.
주주총회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최승호 사장의 아내도 자리했다. “돈도 못 벌어오는 해직자 아내에서 사장 사모님이 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최 사장 아내는 “제가 생각하기에 최승호 ‘PD’인데 보직이 사장이다. 사장 역할을 잠시 맡아서 한다고 생각한다. 예쁘게 봐달라”고 구성원들에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8월 복직한 언론노조 YTN지부 복직자들이 참석해 MBC 복직자들에게 축하 엽서와 목소리를 건넸다. 노종면 전 YTN지부장은 축하와 더불어 “부럽다. 곧 따라가겠다”는 짧은 인사말을 남겼다. YTN지부는 이날 최남수 사장 내정자 사퇴와 적폐 인사 퇴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KBS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며 닷새 째 단식 중인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YTN도 칼 갈고 있다. KBS도 조만간 정상화돼서 경쟁상대가 될 것이다. SBS는 사장 임명동의제까지 받아내면서 공익성 강화 위해 노력 중이다. 나머지 싸움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