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2노조·새노조)의 ‘공정방송’ 총파업이 81일째인 23일, KBS와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1노조)이 단체협약을 체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새노조는 즉각 “불법적인 비밀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구성원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8일 1노조를 만나 “여·야 정치권이 방송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KBS와 1노조는 파업 국면에서 발을 맞춰왔다. 

국회 여·야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방송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 사장의 사퇴 발언은 임기 보장(~2018년 11월)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KBS와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1노조)이 23일 오후 단체협약을 체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새노조는 즉각 “불법적인 비밀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이현진 위원장(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의 모습. 사진=KBS
▲ KBS와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1노조)이 23일 오후 단체협약을 체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새노조는 즉각 “불법적인 비밀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이현진 위원장(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의 모습. 사진=KBS
KBS는 23일 오후 “5년 만에 노사 간 단체협약을 극적으로 체결했다”며 “KBS는 오늘(23일)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과 최종 협상을 벌여 지난 2012년에 체결된 117개 조항의 기존 단체협약 가운데 12개 조항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새로 합의된 단체협약에는 제작과 보도 자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KBS 통합뉴스룸국장(옛 보도국장) 등 주요 국장 3인에 대해 중간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요 국장에 대한 중간 평가는 보임 6개월 이후 불신임 여부를 묻는 방법으로 실시되며 통합뉴스룸국장 이외에 다큐멘터리 국장과 라디오1국장에 대해서도 실시된다.

KBS는 “이번 단체협약 체결로 교섭 결렬 상태가 해소됨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 목적은 달성됐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KBS는 새노조 파업을 겨냥해 “단체협약 타결 이후 벌어지는 고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 퇴진 목적의 파업은 파업 주체와 목적에 있어서도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KBS는 단체협약 체결 소식을 심야 뉴스 채널인 ‘뉴스라인’을 통해 보도하기도 했다.

▲ 지난 9월1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이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 입장 중 KBS 새노조 조합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9월1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이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 입장 중 KBS 새노조 조합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새노조는 이번 협약을 “불법적인 비밀 야합”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KBS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KBS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새노조 총파업은 흔들림 없이 계속된다”며 “공정방송 쟁취의 최대 걸림돌인 적폐사장 ‘고대영’ 퇴진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방송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 역시 조금의 진척도 없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우리 파업은 아직도 여전히 미완이며 파업의 정당성 역시 유효하다”며 “KBS 새노조는 KBS 내 전체 조합원 과반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으로 과반 노조 동의 혹은 적어도 통지 없이 이뤄지는 단체협약 체결은 무효임을 선언한다. 모든 법적 대응을 통해 불법적인 비밀 야합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통합노조였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반 개혁적 성향의 ‘KBS노동조합’(기업노조·1노조)과 현재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산별·2노조)로 나뉜 상태다.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불법 해임 사태와 2009년 MB 특보 출신 김인규 전 사장을 기존 노조가 묵인한 데 대해 권력 비판적 KBS 기자·PD들을 중심으로 2009년 12월 ‘새노조’를 창립했다. 현재는 새노조 조합원 수가 1노조 조합원 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는 김인규 전 사장 시절인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상 체결과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며 29일간 파업을 벌였다. 2012년에는 ‘김인규 퇴진’을 기치로 내걸고 95일 동안 파업을 이어갔다. 2014년에도 박근혜 청와대와 길환영 전 사장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에 반발, 파업을 통해 길 전 사장을 퇴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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