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공익성 기부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이 공익 기부 논리를 공격하는 특검 측 ‘핀셋 질문’과 입씨름을 벌였다.

강우영 삼성물산 상무는 23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제7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미래전략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특검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및 총수 일가 지배구조 관리를 맡은 조직으로 현재는 해체된 상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강 상무는 특검 측이 “미전실은 별도 법인이나 소속기관도 아닌 제3의 기관인데 삼성물산 직원이 파견근무한다. 무슨 의미냐”고 묻자 “의미를 생각한 적 없다”고 답했다. 1994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한 강 상무는 2007년부터 전략기획실(미전실 전신)에 파견돼 미전실이 신설된 후인 2013년 경까지 미전실에 파견됐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연관된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그는 “(2008년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경 다시 회장 복귀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한 사실은 맞느냐”는 물음에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건희 회장이 2000년 폐암수술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고 2014년 쓰러질 때까지 건강이 안좋았던 게 맞느냐”는 물음에 그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하자 강백신 검사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은 맞느냐”고 물었다. 강 상무는 “맞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검이 “미전실이 삼성그룹 계열사 현안에 의견을 제시할 제도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강 상무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실제 근거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 임원 “미르재단 25억 원? 태풍 피해 성금도 25억 원 냈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홍원학 삼성생명 전무는 25억 원이란 거액의 기부금을 제대로 된 검토 과정 없이 미르재단에 지급했다는 지적에 지난해 태풍 차바 피해 지원 성금으로 전국재해구호협회 측에 지급한 25억5600여만 원 사례를 들었다.

홍 전무는 ‘기부’가 목적일 경우 “해당 단체가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기부 규모가 적절한지 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르재단 출연금 또한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금으로 엄밀한 사전 검토와 사후 감독이 필요하다는 특검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신문 말미 배석판사의 “(출연 요청 당시) 미전실이 기부라는 용어를 썼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홍 전무는 ‘문화 융성’이란 사업 취지만 전달받고 정관 등 재단 관련 정보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3일 만에 미르재단에 대한 25억 원 출연을 결정했다.

홍 전무는 특검이 미르재단 25억 원 출연을 결정하는데 3일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신문하자 “통상 외부에서 기부 요청이 오면 2~3일 정도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홍 전무는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과 삼성생명 이미지 제고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특검 질문에 “정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에서 추진하면 공익성이 짙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양 재단 출연이 기업에 어떤 이익을 주느냐’는 신문에 “사업 취지 방향에 공감해 회사에 어떤 이익을 미치는지는 분석요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검이 삼성생명이 신생 재단에 55억 원의 거액을 출연한 의도를 추궁하자,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에서 “삼성생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엔 764억 원, 2015년엔 801억 원, 2016년엔 657억 원을 기부했다”며 “연간 사회공헌 규모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삼성생명 연간 기부금의 40% 가량은 법정모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쏠린다. 삼성생명은 2014년 286억8600만 원 가량을, 2015년엔 328억5800만원을 ‘사랑의 온도’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2016년엔 339억8400여 만원이 연말 이웃사랑 성급 지원으로 지급됐다.

생명보험 사회보험기금으로도 상당 부분 지출됐다. 생명보험협회와 18개 생명보험회사는 지난 2007년 ‘생명보험 사회공헌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를 조직해 사회공헌 사업을 위한 ‘생명보험 사회보험기금’을 조성했다. 삼성생명은 2014년에 122억7900여만 원, 2015년엔 299여만 원, 2016년엔 246억9400만 원 가량을 출연했다.

이 두 출연금을 제외하면 2016년 삼성생명 사회공헌 기부금 규모는 137억5700만 원 가량이다. 홍 전무는 법정에서 “삼성생명은 1년에 60~70건 정도 기부를 한다”고 밝혔다. 1년 60건 기준으로 1건당 평균 2억3000만 원 가량이 기부금으로 산출된다.

삼성생명은 2015년 11월20일 미르재단에 25억 원, 2016년 2월26일 K스포츠재단에 30억 원을 송금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